원 총리는 유럽 순방을 앞두고 베이징(北京)에서 가진 기자회견장에서 "자기 전 어떤 책을 주로 읽으며, 잠 못 이루게 하는 고민거리는 무엇인가"는 질문을 받았다. "국내외 명저를 인용해 내가 어떤 사람임을 알리겠다"고 대답한 원 총리의 입에서는 동서양의 고전 명구들이 술술 나오기 시작했다.
그가 먼저 인용한 것은 "반 마지기 땅도 없지만 마음은 천하를 근심한다. 만권의 책을 읽으면 옛 사람과 정신적으로 통할 수 있다(身無半苗, 心優天下;讀破萬卷, 神交古人)"는 문구. 청나라 재상 주어중탕(左宗棠)이 초년시절 좌우명으로 삼았던 글귀였다.
원 총리는 이어 "관저에 누워 퉁소소리를 들으며 백성의 병고를 걱정한다"는 옛 시구를 인용하며 눈물을 글썽였고, "늘 존경과 경외심을 갖게 하는 유일한 두 대상은 별이 빛나는 저 하늘과 내 맘 속의 도덕률"이라는 독일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의 '실천이성비판' 문구를 외우며 손을 가슴에 대고 감동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날 초나라 재상 취위안(屈原)부터 현대 시인까지 수많은 고금 대가들의 글을 인용한 원 총리에게 영국 '더 타임스'는 "엘리트 정치인의 진면목을 보여주었다"며 찬사를 보냈다.
주성하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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