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CIA 비밀감옥 운영” 첫 시인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외국에 ‘비밀감옥’을 설치해 운영해 왔으며 이곳에 구금돼 있던 테러 용의자 14명을 국방부가 운영하는 쿠바의 관타나모 수용소로 이관했다고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6일 밝혔다.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논란이 돼 온 CIA 비밀 감옥의 존재에 대해 미 행정부가 시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부시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9·11테러 희생자 유가족들이 배석한 가운데 행한 연설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테러와의 전쟁 과정에 체포한 1급 테러 용의자들을 비밀리에 수용하고 신문할 수 있는 장소가 필요했다”며 이들에 대한 신문을 통해 미국, 유럽, 다른 나라에 대한 테러공격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뉴욕타임스는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CIA 비밀 감옥은 9·11테러 직후부터 운영됐으며 지금까지 총 구금자는 100명에 약간 못 미친다고 보도했다. 테러 네트워크에 대한 정보의 절반가량이 여기서 입수됐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부시 대통령은 비밀 감옥 프로그램에서 활용된 신문 기법이 혹독하긴 했지만 고문에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테러 용의자들을 재판할 수 있는 새로운 군사재판 기구 설치 법안을 통과시켜 줄 것을 촉구했다.

뉴욕타임스는 부시 대통령의 이날 발표에 따라 CIA 비밀 감옥 프로그램 운영이 사실상 중단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