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방위청 산하 자위대 간부 양성기관인 방위대학교 이오키베 마코토(五百旗頭眞·사진) 교장이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와 이를 두둔하는 여론을 ‘마마 자국 보조개 증후군’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오키베 교장은 7일 배포된 내각홍보용 e메일 잡지의 ‘고이즈미 정권 5년을 이렇게 본다’는 글에서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가 아시아 외교를 ‘마비’시켰다고 지적했다. 내각홍보부가 제작 배포하는 e메일 잡지의 총편집장은 고이즈미 총리다. 한국으로 치면 육군사관학교 교장이 ‘청와대 브리핑’에 대통령의 ‘아픈 대목’을 가차 없이 꼬집는 글을 기고한 셈.
먼저 그는 ‘침략전쟁에서 패배한’ 일본이 전후 평화주의와 민주주의를 실천해 온 결과 국제사회의 신뢰를 어렵게 다시 찾은 사실을 상기시켰다. 특히 한국 및 중국과의 관계는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에 간신히 전기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오키베 교장은 “이렇게 쌓아 올린 신뢰라는 대외자산이 고이즈미 총리가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고집하는 바람에 크게 손상됐다”고 개탄했다. 그는 “그런데도 고이즈미 총리의 넘치는 매력과 국민적 인기가 아시아 외교에 대한 비판 자체를 봉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아시아 외교를 제외한 고이즈미 총리의 전반적인 내정과 외교 치적은 높이 평가하면서 차기 총리가 고이즈미 총리의 취약점인 대(對)한중 외교를 바로잡아 주기를 기대했다.
일본정치학회 이사장을 지낸 저명한 정치외교학자인 이오키베 교장은 지난달 1일 방위대 교장 취임 때부터 큰 화제를 모았다. 고이즈미 총리의 이라크 파병과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여러 차례 비판했고, 군사 전문가도 아닌데 방위대 교장에 임명되리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당초 그는 고사했으나 “고이즈미 총리의 강력한 뜻”이라는 방위청의 끈질긴 설득에 고집을 꺾었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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