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역사왜곡에 상반된 대응
실제로 정부는 일본의 역사교과서 문제와 독도 문제, 총리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에는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비판을 퍼부었다. 반면 2004년 8월 고대사를 정치쟁점화하지 않는다는 한중 외교부 간 구두양해 이후 계속되고 있는 중국의 역사 왜곡 움직임에는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다.
김태효(정치외교학) 성균관대 교수는 “정부가 공개적으로 친중반일 노선을 표명한 적은 없지만 구체적 이슈에 대응하는 양상을 보면 ‘일본은 때리고 중국은 피해 가자’는 이중적 행동을 보인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는 북핵문제 등에서 반북적인 일본을 비판하고 친북적인 중국의 협조를 구하는 것이 전략적 이익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미국과 일본을 해양세력으로, 중국과 러시아를 대륙세력으로 묶은 뒤 전 정권들의 외교노선을 친해양으로 비판하고 친대륙으로의 전환을 시도하는 연장선상에서 나오는 전략적 체온 차이의 결과라는 것이다.
이는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응할 연구기관으로서 고구려연구재단을 대체할 동북아역사재단의 구성에서도 감지된다.
28일경 공식 출범할 동북아역사재단은 중국 및 일본과 관련한 역사 왜곡과 영토 문제에 대한 종합적 정책 대응을 모색하기 위한 국책연구기관이다. 일본 역사교과서와 독도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청와대 직속 바른역사정립기획단과 교육인적자원부 산하 고구려연구재단을 통합했지만 무게중심은 중국보다 일본에 대한 대응에 쏠려 있다.
김용덕 재단 이사장부터 일본사 전공자이고 3개 연구실 중 일본 관련 연구실은 근현대사 문제와 독도 문제를 포함해 2개인 반면, 중국 관련 연구실은 1개에 불과하다.
한규철(경성대 교수) 고구려연구회장도 “동북공정이 겨냥하는 것이 고구려뿐만 아니라 한국 고대사의 절반이라는 점을 감안하지 않고, 동북아역사재단에서 2개의 일본 관련 연구실을 두고 고대는 물론 중세까지 이어진 중국 관련 연구실은 1개만 두는 것은 중국과의 문제를 소홀히 하고 무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 교수는 중국의 역사 왜곡이 동북공정뿐 아니라 삼황오제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탐원공정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는 만큼 동북아역사재단의 연구 인력도 기존의 역사학자 위주에서 고고학과 언어학, 인류학 등으로 다원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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