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앞으로 9·11, 베슬란 사태와 같은 테러를 어떻게 해야 하나요?
-러시아: 양국이 합동 군사훈련을 시작합시다.
#2006년 9월
-미국: 올해에도 대 테러 군사 훈련을 계속합시다.
-러시아: 원칙적으로 맞는 얘기입니다만 내년에 다시 봅시다.
러시아가 2년 전 서방국가와 합의한 반 테러 군사 동맹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최근 러시아는 미국과 약속한 반 테러 합동군사 훈련인 '토르가우 2006'을 연기했다.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실시된 이 훈련은 테러 집단이 나타났을 때 미·러 양국의 무기를 공동으로 이용하고 병력을 배치하는 지휘 통제 연습.
러시아 국방부는 또 "9월 초 예정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맹국과 러시아 공수부대의 대 테러 합동 기동 훈련을 내년으로 연기했다"고 발표했다.
두 개의 합동 훈련을 연기한 표면적인 이유는 러시아 영토 내 외국군의 지위가 법적으로 보장되지 않았다는 것.
하지만 러시아가 내세우는 이유가 상식에 맞지 않다는 것이 러시아 군사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지금까지도 미군이나 NATO 소속 공수부대가 러시아에서 UN깃발을 흔들며 병력을 이동할 수 있었다. 모스크바 군사정치 분석연구소 알렉산드르 흐람치힌 연구원은 이에 대해 "몇 가지 기술적인 문제가 있긴 하지만 정치적인 결정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러시아 일간지 네자비시마야 가제타는 7일 "러시아의 WTO 가입을 저지하고 우크라이나와 그루지야를 나토로 끌어들이는 미국에 대한 반작용"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잇따른 합동군사 훈련 취소로 강대국의 반 테러 군사동맹은 이제는 '말로 끝나는 관계'로 변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모스크바국제관계대학 알렉세이 보가투로프 교수는 "러시아가 서방과의 대결을 피하기 위해서는 훈련 '취소'보다는 '연기'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모스크바=정위용특파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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