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살의 땅 발칸에 평화의 길 닦았다”

  • 입력 2006년 9월 8일 20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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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칸반도.

구 유고공화국 해체 이후 줄곧 내전에 시달린 지역이다. 이 때문에 발칸반도는 항상 대량학살, 인종청소, 종교 갈등 등 항상 부정적인 이미지로 점철돼왔다.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인 건축가 박경동(미국명 경 박) 씨가 전 세계에서 모인 300명을 이끌고 발칸반도에 희망과 화합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대장정을 마무리해 화제가 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최근 보도했다.

맨해튼에 있는 '예술과 건축을 위한 스토어 프론트' 설립자인 박 씨는 평소 작업을 함께 해온 슬로베니아 출신의 건축가 마르에티카 포트르치(어문연구팀 참조, Marjetica Potrc) 씨와 팀을 이뤄 발칸 반도에서 '뭔가 일'을 벌이기로 의기투합했다.

분열의 상징인 발칸반도 곳곳에 있는 도시들의 건축과 문화를 연결하는 프로젝트를 기획하면 '화합', '연결' 등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 것.

박씨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2년 반 발칸지역을 여행했을 때 각 도시들의 건축학적인 측면이 눈길을 끌었다"며 "그래서 각 도시들을 문화적으로 연결하려는 시도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메시지에 공감한 동참자들이 미국, 슬로베니아, 네덜란드, 세르비아, 크로아티아 등 전 세계에서 밀려들었다. 인터넷에 프로젝트를 위한 블로그를 만들었고, 동참자가 300명으로까지 늘어났다.

장정은 1948년 유고슬라비아가 발칸 반도를 연결하기 위해 계획했지만 완성하지 못한 길을 택했다. 이에 따라 장정 이름은 '잃어버린 고속도로 탐험대'로 정했다. 이에 따라 300여명의 '국제연합탐험대'는 7월30일부터 8월25일까지 슬로베니아, 코소보, 알바니아, 세르비아 등의 유서 깊은 도시들을 순례했다.

이들은 마지막 날 사라예보의 한 강가에 집결해 공포로부터의 해방, 타 인종에 대한 관용, 유럽의 화합을 상징하는 의식으로 장정을 마무리 지었다.

뉴욕=공종식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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