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A, 알카에다 조직원 옷 벗긴뒤 독방 가두고 에어컨 틀어”

  • 입력 2006년 9월 11일 03시 05분


9·11테러 이후 처음 체포된 국제테러조직 알 카에다 조직원이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비밀신문에서 고문을 당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는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테러 용의자를 더 공격적으로 신문하기 위한 새 방안을 둘러싼 미 의회의 논란을 증폭시킬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는 10일 미 정보당국이 2002년 봄 파키스탄 출신 아부 주바이다를 체포한 뒤 태국 소재 미 정보당국의 안가로 데려가 처음에는 연방수사국(FBI) 측이 설득 위주의 신문을 하다가 이후 CIA 측이 고문을 했다고 보도했다.

주바이다는 체포되기 수일 전 파키스탄에서 총격전으로 복부 등에 총상을 입었고 고열에 시달리고 있었는데 FBI 수사관들은 태국의 안가에서 그의 몸을 씻기고 붕대를 다시 감아 주며 설득 위주로 신문했다.

그러나 신병을 넘겨받은 CIA 수사관들은 미 정부가 승인한 공격적인 신문 방법을 동원했다는 것. 일반적인 질의응답 방식으로는 그가 알고 있는 것 가운데 아주 작은 부분만 밝힐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9·11테러 이후 테러 용의자들을 감금하고 신문하는 ‘새로운 역할’이 부여된 CIA에 주바이다는 일종의 ‘시범 케이스’였다.

CIA 수사관들은 그가 채 회복되지 않았는데도 그의 옷을 벗기고 침대나 담요도 없는 독방에 가뒀고 종종 에어컨 바람으로 한기에 떨게 했다. 또 CIA 측은 독방에 굉음에 가까운 팝송을 틀어 정신적 고통을 가한 뒤 자백을 강요하기도 했다.

때로는 “당신은 내가 원하는 것을 알고 있어”라며 단도직입적으로 묻는 방식으로 압박했다.

미 정보당국은 처음에 주바이다가 오사마 빈 라덴의 고위 참모로 아프가니스탄 내 훈련캠프에 새로운 조직원을 공급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었으나 고문을 통해 그가 테러 네트워크의 인사 담당자라는 것을 알아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일부 정보당국 관계자는 “주바이다가 다음 테러 계획에 관한 핵심 정보를 갖고 있다고 확신했기 때문에 그처럼 거친 신문 방법을 택하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부시 대통령은 6일 연설에서 주바이다 건을 언급하며 테러 용의자 신문 방법으로 고문을 결코 승인하지 않았으며 CIA가 자체 신문 방법으로 알 카에다의 다른 음모들을 밝혀내는 데 기여했다고 주장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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