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본보가 중국의 사범대와 일반 대학의 역사학과 학생들이 사용 중인 교재 및 일반 역사서를 검토한 결과 상당수가 백제와 신라의 영토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을 모두 중국의 고대 영토로 기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사범대 교재는 곧바로 중고교 역사 교사가 될 학생들이 사용하는 것이어서 앞으로 청소년의 역사 인식에 영향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학술서, 대학 교재 일부 동북공정 ‘판박이’=사범대에서 사용하는 대학교재 ‘세계고대사’는 고조선부터 부여, 고구려에 이르는 부분을 모두 중국의 역사로 간주해 한국사에서 삭제했다. 그 대신 한강 이남에서 성립한 삼한을 한민족 역사의 시작으로 상정했다.
교재 212∼215쪽 한국고대사 대목은 “조선반도는 비교적 큰 부락들이 마한, 진한, 변한 등 부락연맹체를 이루고 있다가 백제와 신라로 정립됐다”고 기술했다. 교재는 이어 “고구려는 중국 동북지방의 소수민족 정권”이라고 213쪽 각주(脚註)를 통해 명시했다.
일반 대학생의 교재인 ‘중국민족발전사’는 한발 더 나아가 고조선, 부여, 옥저, 고구려, 발해 등 한국 고대사를 모두 중국사에 포함시켜 설명하고 있다.
교재 203∼204쪽은 “주나라 무왕이 기자(箕子)를 조선의 왕으로 임명하면서 고조선이 시작됐다”고 적었다. 교재는 “고구려는 역외민족(域外民族)인 백제 신라와 교류했다”고 밝혀 백제와 신라만 한민족 역사로 인정하고 있음을 명백히 했다.
▽고조선∼발해를 한국 역사로 인정한 역사서도 존재=중국 대학의 모든 교재가 이런 식으로 한국 고대사를 왜곡한 것은 아니다.
상하이(上海) 푸단(復旦)대의 역사교재 ‘국사개요’는 고구려, 백제, 신라를 모두 한민족 고대국가로 인정하고 있다.
중국사회과학원이 펴낸 ‘열국지(列國誌)-한국’ ‘역사’편도 고조선부터 부여, 삼국시대에 이르는 고대사 전체를 모두 한국의 역사로 인정했다.
동북공정의 진원인 중국사회과학원이 이처럼 동북공정의 연구 내용과 완전히 다른 책을 펴낸 것은 이 책이 정치, 경제, 문화, 군사 등 총체적으로 한국을 소개하는 책자여서 미처 감수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부, 중국 측 ‘학술서’ 주장에 속수무책=이 같은 왜곡에 대해 한국 정부는 속수무책이다. 중국 측이 “중고교 교과서는 정부가 관리하지만 나머지는 학술서여서 우리로서도 어쩔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학교재와 학술용 역사서는 중국에서도 한국의 역사를 서로 다르게 기술해 놓아 한국 정부를 한층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중국 정부가 “학술서적은 정부 관할 밖”이라는 주장의 방증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주중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대학교재와 학술용 역사 서적은 중국 정부가 직접 출판하거나 관리하는 것이 아니어서 시정을 요구하기 어렵다”며 뾰쪽한 대응책이 없음을 실토했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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