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텔아비브 라빈 광장에서 9일 밤 약 4만 명의 시민이 에후드 올메르트(사진) 총리의 사임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일간 하레츠 등 현지 신문에 의하면 이번 반정부 시위는 5월 올메르트 총리 집권 이후 가장 큰 규모였다. 시위대에는 특히 최근 레바논 전쟁에 참전했던 예비군들도 다수 포함됐다. 이스라엘 국민 중 상당수는 과거 중동 국가와의 전쟁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해 온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전쟁에서 헤즈볼라 게릴라를 제압하지 못한 데 대해 크게 실망하고 있다.
시위대는 정부에 레바논 전쟁 수행과정에 대한 조사를 맡길 수 없다며 전쟁 과정 조사를 위한 독립위원회의 설치를 정부에 요구했다. 시위대는 올메르트 총리와 아미르 페레츠 국방장관, 단 할루츠 군 참모총장 등 전쟁 지휘부의 사임도 촉구했다.
올메르트 총리는 ‘외부의 위협이 여전한 상황에서 국가 지도부를 마비시킬 수 있는 강도 높은 조사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정부 차원의 조사만을 벌이기로 하고 조사위 구성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시위대는 “올메르트 정부는 조사를 관장하는 주체가 아니라 조사를 받아야 할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전쟁에 참가했던 예비군 병사들은 지휘체계의 혼란, 보급품 부족, 지상작전의 지연 등 전쟁 수행 과정에서 많은 문제점이 드러났다고 비판하면서 올메르트 총리의 퇴진 운동을 주도하고 있다.
올메르트 총리는 시위 소식을 접한 뒤 “나는 사태를 다르게 보고 있다”며 이들의 주장을 일축했다.
이스라엘은 1973년 4차 중동전쟁(욤키푸르전쟁) 후 전쟁 수행과정의 전략적 판단 잘못과 지도력 부재에 대해 독립적인 조사를 벌여 당시 골다 메이어 총리를 사임시킨 바 있다.
송평인 기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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