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2년 이후 세 차례의 중도우파 집권 기간을 제외하면 거의 전 기간을 단독 또는 연정 형식으로 집권해 온 사민당. 그러나 이번에는 시장주의 개혁을 내세운 보수당에 지지도가 크게 밀리면서 장기 집권의 아성이 무너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11일자에서 ‘사민당이 패할 경우 강력한 사회보장제도에 기초한 북유럽 경제모델 전반에 걸친 대수술이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경제 발목 잡는 복지 혜택=사민당 정권의 위기는 경제 실정(失政)이 가장 중요한 원인이다. 복지 혜택을 늘리는 과정에서 실업률이 상승하고 공공부문이 필요 이상으로 비대해졌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공식적인 스웨덴의 실업률은 6%대로 유럽연합(EU) 회원국 중 덴마크 다음으로 낮다. 그러나 실질 실업률은 15∼17%에 이른다. 인구 900만 명 중 100만 명이 실업자 신세다.
전문가들은 노조, 세금, 규제의 3박자가 맞물려 기업 활동을 저해하면서 고용을 위축시키고 있다고 지적한다.
스웨덴에는 최저임금제가 없지만 실질적으로 최저임금 선을 결정하는 것은 노조다. 노사협약에도 노조의 입김이 절대적으로 작용한다. 국제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 스웨덴의 ‘노사정 3자 협력체’ 모델도 대기업에나 제대로 적용되지 중소기업에는 무용지물로 통한다.
근로 의욕을 꺾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높은 소득세와 법인세. 스웨덴 정부는 여기서 거둬들인 돈으로 실업자들에게 3년 동안 취업 당시 임금의 80%에 이르는 실업수당을 준다.
최근 스웨덴 전자업체 일렉트로룩스는 아예 생산시설을 헝가리로 옮겼을 정도로 정부 규제도 심각한 수준이다.
전통적으로 정부의 영향력이 센 유럽에서조차 스웨덴의 공공부문은 ‘공룡’으로 통한다. 1950년 이후 스웨덴 사기업의 총고용 규모는 거의 변화가 없지만 공공부문 일자리는 80만 개 가까이 늘어났다. 문제는 늘어난 일자리만큼 생산성은 증가하지 않았다는 것. 유럽중앙은행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공기업의 자본투입 대비 효율성을 조사한 결과 스웨덴은 바닥권을 헤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심 얻는 보수당의 시장경제 해법=보수당은 올 초부터 각종 여론조사에서 30%대의 지지율을 유지하며 계속 사민당을 앞서고 있다.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로 떠오른 프레드리크 레인펠트 보수당 당수는 “실업수당을 취업 시 임금의 80%에서 65%로 깎겠다”고 발표했다. 2002년 총선에서 급진적 시장주의 모델을 내세웠다가 패한 그는 근본적으로 복지국가 체제는 유지하되 사회보장 축소, 감세, 민영화 등을 선별적으로 추진해 기업 활동을 촉진하고 실업 문제를 풀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반면 10년 동안 사민당을 이끌며 복지 모델을 주도해 온 예란 페르손 총리는 오히려 복지 시스템을 강화하겠다고 나섰다. 그는 “세금을 늘려 실업수당을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규제 완화도 이미 너무 많이 진행됐다는 것이 사민당의 주장이다.
스웨덴 싱크탱크 팀브로의 요니 뭉크함마르 대표는 “역사적으로 스웨덴 경제는 시장주의 색채를 많이 가미했을 때 큰 폭의 성장을 보여 왔다”면서 “복지 혜택을 거의 국시(國是)로 여기는 스웨덴에서 시장주의 개혁을 내세운 보수당 지지가 늘고 있는 것은 커다란 이변”이라고 말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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