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역서 9·11 추모행사

  • 입력 2006년 9월 11일 15시 25분


11일은 3000명 안팎의 인명을 앗아가고 미국 사회와 중동 정세를 근본부터 뒤흔들어놓은 9·11 테러 발발 5주년 기념일. 뉴욕과 워싱턴 등 미국 전역에서 이날 크고 작은 다양한 추모행사가 펼쳐졌다.

세계무역센터(WTC·쌍둥이 빌딩)가 있던 뉴욕 맨해튼 그라운드제로 현장에서는 이날 오전8시40분(한국 시간 11일 오후9시40분)부터 조지 W 부시 대통령 부부와 유족 등이 참석한 가운데 추모식이 열렸다.

쌍둥이 빌딩이 붕괴되면서 숨진 희생자 2749명의 유족들과 친구들은 희생자들의 이름을 일일이 호명한 뒤 헌화했다.

참석자들은 추모식이 열리는 도중인 오전8시46분, 오전9시3분, 오전9시59분, 오전10시29분 등 4차례에 걸쳐 침묵의 시간을 가졌다. 테러범에게 납치된 항공기가 쌍둥이 빌딩에 각각 충돌한 시간, 그리고 쌍둥이 빌딩이 각각 붕괴된 시간이다.

한편 부시 대통령은 5주년을 하루 앞둔 10일 부인 로라 여사와 함께 그라운드 제로를 먼저 방문해 헌화 묵념한 뒤 인근의 성 바오로 성당에서 당시 숨진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미사에 참석했다. 성 바오로 성당은 9·11 당시 구조활동의 중심지 역할을 한 곳으로 유명하다.

부시 대통령은 11일 그라운드제로의 추모식이 끝난 뒤엔 먼저 펜실베이니아 주(州) 생크스빌을 찾아 헌화했다. 생크스빌은 '유타이티드 항공사 93편' 여객기 승객들이 납치범들과 격투를 벌이다 추락한 곳. 이어 부시 대통령은 9·11 테러 당시 납치여객기가 충돌해 184명이 숨진 워싱턴의 국방부(펜타곤) 청사를 찾아 추모식에 참석했다.

부시 대통령은 2002년에도 테러 현장 3군데를 직접 방문했다.

한편 ABC, CBS, CNN 등 미국 주요 방송사도 10일 저녁 주요 시간대에 9·11 테러 관련 프로그램을 편성하는 등 미국 전역에서 9·11 추모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뉴욕 브리티시 메모리얼 가든에서는 영국의 앤드루 왕자가 참석한 가운데 9·11 테러로 사망한 67명의 영국인들을 위한 추모제가 열렸다.

알 카에다 2인자 알 자와히리도 이 날을 맞이해 가만히 앉아만 있지는 않았다. 알 자와히리는 테러 5주년을 맞아 성명을 발표하고 미국 등 서방국가에 대한 추가공격을 예고했다.

10일 CNN에 따르면 자와히리는 이날 알 카에다와 관련이 있는 알 사하브 웹사이트를 통해 공개한 성명을 통해 미국 등 서방국가 국민들에게 "당신들의 지도자들이 재앙의 깊이를 감추고 있다. 알라신의 허락과 인도로 새로운 사건들이 잉태되고 있으며 조만간 이 사건들이 탄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공종식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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