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희망을 접다
지금부터 6개월 후 경기와 생활 형편에 대한 전망을 보여 주는 소비자 기대지수는 △한국 97.5 △중국 123.4 △일본 100.5였다.
기대지수가 100 이상이면 경제 여건이 좋아질 것이라고 답한 사람이 나빠질 것이라고 답한 사람보다 많다는 뜻이고 100 밑이면 그 반대다.
한국에선 생산 활동이 활발한 30대와 40대 가운데 미래를 우울하게 보는 사람이 많았다. 30대 한국인 10명 중 3명, 40대 한국인 10명 중 4명꼴로 6개월 뒤 경제가 지금보다 나빠질 것이라고 응답했다.
중국인 가운데 경제가 나빠질 것이라고 응답한 30대와 40대는 각각 10명 중 1명, 일본의 30대와 40대는 각각 10명 중 2명꼴로 비관적인 견해를 보였다.
또 한국에서 가계소비를 주도하는 주부 10명 중 4명 꼴로 경제 회복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봤다. 짧은 시간 내에 가계 소비가 늘어나기는 힘든 상황인 셈.
중국과 일본인 주부 중 경제가 나빠질 것으로 본 사람의 비율이 각각 16%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후퇴한 현실’
미래에 대한 기대치가 낮은 건 현 상황에 대한 불만이 크기 때문이다.
지금의 경기와 생활 형편을 6개월 전과 비교한 소비자 평가지수는 한국이 78.3으로 중국(118.0)과 일본(95.3)에 비해 크게 낮았다.
6개월 전보다 현 상황이 나쁘다고 답한 사람이 그만큼 많았다는 뜻이다.
한국에선 자영업자 10명 중 8명꼴로 과거보다 지금의 경기가 나쁘다고 했다. 일본의 자영업자는 21%만이 경기가 나빠졌다고 한 반면 79%는 좋아졌거나 비슷하다고 답했다.
한국인의 자산구조가 고령화에 대응하기 힘들다는 점도 이번 조사에서 나타났다.
50대 이상 고령층은 10명 중 3명꼴로 가계수입이 1년 전에 비해 줄었고, 여유자금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지도 못했다.
○“일자리 창출 의지 보여야”
전문가들은 경제회복에 대한 믿음이 부족한 만큼 재정지출을 늘리는 단기 처방으로 소비 심리를 회복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성균관대 김민식(경제학) 교수는 “복지 재정 비중을 급격하게 늘리면 성장을 소홀히 할 수 있다”며 “정부는 정책의 우선순위를 일자리 창출에 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 송태정 연구위원은 “소비자 구매력 약화의 근본 원인이 고유가에 따른 교역조건 악화에 있는 만큼 대체 에너지 개발을 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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