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레어 총리 외교정책 美에 대한 노예적 추종”

  • 입력 2006년 9월 13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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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보수당 당수가 11일 토니 블레어 총리의 외교정책을 ‘미국에 대한 영국의 노예적 추종’이라고 부르며 맹비판했다.

캐머런 당수는 이날 런던의 금융가 시티에서 은행가 등 여론주도층을 상대로 연설하면서 ‘부시의 푸들’로 불리는 블레어 총리의 외교노선에 처음으로 명백한 거리를 뒀다.

그는 연설 도중 국제테러조직 알 카에다가 공중 납치한 비행기가 5년 전 미국 뉴욕 세계무역센터를 처음 들이받은 시간에 맞춰 청중에게 묵념을 제안하고 함께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캐머런 당수는 연설에서 “9·11테러 이후 테러리스트의 활동이 줄어든 것이 아니며 전쟁과 혼란에 휩싸인 나라뿐만 아니라 영국을 비롯한 서방 선진국에서도 오히려 증가했다”며 “우리는 네오콘의 실패로부터 교훈을 얻어, 네오콘의 강점을 가지면서 네오콘을 넘어서는 새 외교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윈스턴 처칠 등 전직 총리들이 미국과의 관계에서 약자일 수밖에 없는 영국을 위해 발휘했던 외교적 기술이 블레어에게는 없다”며 보수당은 영국과 미국 간 대서양동맹의 열렬한 지지자이지만 그 관계가 노예적이길 원치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캐머런 당수는 2003년 당시 미영 연합군의 이라크 침공을 지지했었다. 그러나 지금 그는 “3년 전에 일어난 일이 끝없이 계속되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뉴욕타임스는 캐머런 당수의 발언이 2008년 조지 W 부시 대통령 이후의 백악관을 염두에 둔 입장 조정이라고 분석했다. 영국의 차기 총선은 2009년으로 예정돼 있다.

캐머런 당수는 10월 9일로 만 40세 생일을 맞는 젊은 나이이지만 보수당의 차기 총리 후보이며 유력한 영국 차기 총리 예정자로 꼽히고 있다.

한편 레바논을 방문한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이날 레바논 총리 청사를 둘러싼 5000여명의 시위대로부터 ‘미국의 주구(走狗)’라는 항의를 듣는 수모를 당했다.

시위대는 “살인자 블레어 물러가라” “악마인 미국의 심복” 등의 구호를 외치고 전단을 뿌리며 항의 시위를 펼쳤다. 블레어 총리와 푸아드 알시니오라 레바논 총리의 공동 기자회견 중에는 아일랜드의 평화운동가 카오임헤 씨가 “블레어는 부끄러운 줄 알라”고 외치다 경호요원들에 의해 끌려 나가기도 했다.

블레어 총리는 9일 중동 순방길에 오른 뒤 이날부터 에후드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 등을 차례로 만나며 두 사람으로부터 정상회담 의사 표명을 이끌어내는 등 성과를 거뒀지만 레바논에서는 헤즈볼라 출신 등 각료 4명이 면담을 거부하는 등 만만치 않은 ‘반미·반영 감정’에 시달려 왔다.

송평인 기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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