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덕분에…’ 미얀마 자원-안보요지 부상 印-中 구애

  • 입력 2006년 9월 13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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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민주화 시위를 무력으로 진압한 이래 무력통치를 계속하고 있는 미얀마 군부정권은 국제사회의 대표적인 ‘왕따 정권’이다. 이 때문에 미국과 유럽연합(EU)의 각종 제재를 받고 있고, 지난해엔 순번제 동아시아국가연합(ASEAN) 의장국 지위를 박탈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미얀마는 주변 강국, 특히 중국과 인도로부터 매우 특별한 대접을 받고 있다. 그 이유는 몇 년 전 엄청난 매장량이 확인된 쉐 가스전과 군사전략 요충지로서 중요한 지정학적 위치 때문.

더욱이 미얀마 군부정권은 이처럼 주변 강국의 에너지 및 군사 경쟁을 부추기면서 생명을 연장해 가고 있다고 노르웨이 오슬로국제평화연구소(PRIO)의 스테인 퇴네손 국장과 오실드 콜로스 선임연구원이 지적했다.

미얀마 서북부 시트웨 앞바다에 있는 쉐 가스전은 대우인터내셔널이 2004년 발견한 거대 가스전. 한국의 가스 수요 몇 년분에 해당하는 분량이 매장돼 있다.

당초 이 가스전의 독점 수입국은 인도로 꼽혔다. 이를 위해 미얀마의 시트웨에서 방글라데시를 가로질러 인도 콜카타에 이르는 파이프라인을 연결한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방글라데시가 파이프라인의 통과에 여러 조건을 제시하면서 교착 상태에 빠졌다.

그러는 사이 미얀마는 지난해 말 중국 페트로차이나 측과 시트웨부터 중국 서남부의 쿤밍(昆明)까지 파이프라인을 건설한다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교환했다. 중국으로선 쉐 가스전의 가스 수입뿐만 아니라 멜라카 해협을 우회하는 육상 에너지 수송로를 확보한 것.

이 같은 중국과 미얀마의 거래에 인도는 당장 반발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미얀마 측은 “인도와 중국 두 나라에 모두 팔 수 있다”며 은근히 양국 간 경쟁을 부추겨 왔다.

퇴네손 국장과 콜로스 연구원은 “주변국의 경쟁이야말로 미얀마 군부가 국제사회의 정치개혁 압력을 쉽게 거부하도록 만들어 주는 요인이 되고 있다”며 “무엇보다 중국이 제재든, 건설적 개입이든, 어떤 형태의 대화든 적극적인 역할을 통해 미얀마의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철희 기자 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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