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의 남부와 몰도바 사이를 흐르는 드네스트르 강 동쪽의 트란스드네스트르 지역(4613km²)이 국제적인 영토 분쟁의 중심에 놓여 있다. 이 지역을 공식 관할하는 중앙정부는 몰도바공화국. 몰도바는 1940년까지 루마니아의 일부였고 1991년에 옛 소련에서 독립했다.
그런데 지금 이곳에서는 러시아와 루마니아 영사관들이 여권 발급 경쟁을 벌이고 있다. 러시아는 주민 대다수가 러시아 출신이므로 여권을 내주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한다. 여권 발급 경쟁에는 두 나라의 영토 병합 야심이 숨어 있다는 것이 외교관들의 관측이다. 유럽연합(EU) 가입을 앞둔 루마니아 정부는 올해 7월 EU의 틀 속에서 루마니아계 주민이 다수인 몰도바 전체를 흡수 통일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반면 러시아는 트란스드네스트르 지역에서 국민투표가 실시되면 분리 독립에 이어 러시아와의 합병도 승산이 있다고 본다. 이 지역의 정부를 자처하는 임의단체 ‘프리드네스트로브예 자치공화국’은 이달 17일 ‘몰도바 또는 러시아와의 통일, 아니면 분리 독립’을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한편 이곳과 함께 러시아와 그루지야 사이에 있는 남(南)오세티야(3900km²)도 영토 분쟁이 끊이지 않는 지역. 최근 남오세티야 군은 그루지야 경찰과 총격전을 벌이다가 그루지야 국방부 장관이 탄 헬기를 격추하기도 했다.
남오세티야는 1992년 그루지야 정부와 정전 협정을 맺은 뒤 주민의 80%가 러시아 여권을 갖고 있을 정도로 친(親)러시아 성향이 강하다. 역시 임의단체인 ‘남오세티야공화국’은 11일 “11월 12일 분리 독립을 놓고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선언했다.
모스크바=정위용 특파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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