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트로 부재 40여일…후계 구도는?

  • 입력 2006년 9월 13일 16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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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쿠바 아바나에서 열린 비동맹 정상회의 개막식에는 피델 카스트로(80) 국가평의회 의장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는 아직 와병중이다. 물론 15~16일 전체회의가 있지만 참석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다만 카스트로 의장은 정상회의 기간 중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초청해 조찬을 함께 할 예정이다. 차베스 대통령은 이 자리에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까지 참석하는 '남미의 반미(反美) 3국 정상 회동'을 제의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카스트로 의장이 7월31일 장출혈 수술로 입원하면서 국제사회, 특히 미국 내에선 군사쿠데타나 민주화시위 등 격변이 뒤따를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모두 빗나갔다. 카스트로의 부재(不在)가 40여 일이 지났지만 쿠바 사회는 오히려 너무나 조용한 상황이다.

어쨌든 이번 비동맹 정상회의는 카스트로 이후 쿠바의 변화 방향을 가늠할 여러 실마리를 던져줄 것으로 외신들은 주목하고 있다.

우선 후계 구도다. 카스트로 의장의 권력이 일단 동생 라울 카스트로(75) 국방장관에게 넘어갔지만 그 역시 고령인데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뚜렷한 역할이 없어 어디까지나 과도기 권한대행에 그치고 있다.

이에 따라 리카르토 알라르콘(69) 국회의장, 카를로스 라헤(54) 국가평의회 부의장, 펠리페 페레스 로케(41) 외무장관 등 차세대 3인방이 각기 카스트로 형제를 대신해 환영행사, 개막연설, 외신회견 등 호스트 역할을 분담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특히 라헤 부의장에 주목하고 있다. 의사 출신인 그는 점진적 경제개혁을 주도해왔고 복수정당에 대한 지지 입장도 밝힌 실용주의자로 꼽힌다. LA타임스는 "라헤 부의장이 변화를 바라는 국민들의 조용한 지지를 얻고 있다"고 전했다.

향후 쿠바에 미칠 베네수엘라의 영향력도 큰 관심사다. 베네수엘라는 쿠바에 매일 10만 배럴의 석유를 지원하는 등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따라서 과거 카스트로 의장을 이념적 지도자로 모셨던 차베스 대통령이 이젠 쿠바를 좌지우지하는 위치에 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는 당장 미국의 우려를 낳고 있다. 차베스 대통령의 영향력은 쿠바의 자연스런 내부 변화를 가로막는 장애물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미 국가정보국(DNI)은 최근 쿠바와 베네수엘라 정보 수집을 전담하는 담당관 직책을 신설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미국이 뚜렷한 정책을 내놓고 있는 것도 아니다. 미국은 "쿠바가 민주주의로 스스로 전환해야 한다"고만 강조할 뿐이다. 줄리아 스위그 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은 "미국의 정책은 그저 쿠바와의 대화엔 관심이 없다는 것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철희기자 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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