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이슬람 과격 무장단체가 교황 살해와 바티칸 공격까지 주문하고 나서 종교간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집트 최대 야권조직이자 대중단체인 무슬림 형제단은 교황의 사과를 수용하는 태도를 보여 이슬람권의 반응이 엇갈렸다.
▽“그런 취지가 아니었다”=교황은 이날 이탈리아 카스텔곤돌포에서 열린 삼종기도에서 “내 발언이 일부 국가에서 이슬람교도들을 자극한 것을 매우 유감스럽게(deeply sorry) 생각한다”고 밝혔다.
교황은 “그 발언은 중세의 문헌에서 인용한 것으로, 나의 개인적인 의견을 표현한 내용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또 자신의 발언이 “상호 존중의 뜻을 담아 (이슬람교도들을) 솔직하고 진지한 대화에 초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황은 이에 앞서 교황청 국무원장 타르치시오 베르토네 추기경을 통해 유감을 표시했지만 이슬람권의 분노를 잠재우지 못했다. 무슬림 단체들이 “연설이 잘못 해석됐다는 식의 유감 표명으로는 부족하다”고 비판하며 교황 개인의 사과를 요구하고 나선 것.
바티칸 공보실은 이탈리아어로 나온 교황의 유감표명을 이례적으로 영어와 프랑스어로 번역해 배포하며 발 빠른 진화작업에 나섰다. 가톨릭계도 “교황이 종교의 평화적 의미를 강조하려 했을 뿐”이라며 거들었다.
소말리아의 한 무장단체는 “교황을 처단하겠다”고 나섰으며 이라크의 무장단체 ‘무자헤딘 군대’는 ‘로마의 개들에게’라는 인터넷 성명에서 “너희들이 있는 곳의 왕좌를 날려버리고 십자가를 부숴버리겠다”고 위협했다.
이에 따라 이탈리아 경찰들은 보안 검색과 경비를 강화했다. 삼종기도가 열린 카스텔곤돌포에서는 방문객들을 상대로 금속탐지기를 통한 검색작업이 진행됐다.
그러나 이집트 무슬림 형제단의 모하메드 하비브 부대표는 이날 “우리는 교황이 이슬람에 관한 자신의 생각과 비전도 설명하기를 바랐지만 이번 발언을 충분한 사과로 간주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것으로 무슬림의 분노가 진정국면에 들어설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교황이 취임 이후 이슬람 국가로는 처음 방문하기로 돼 있었던 터키행도 예정대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터키 정부는 “현재로서는 교황의 방문을 취소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이슬람 격앙 배경=지하드는 대다수의 무슬림에게 합법적인 저항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게다가 교황이 인용을 통해 간접적으로 폄훼한 마호메트는 이슬람교도들이 지구상의 마지막 예언자로 숭배하는 인물이다.
기독교의 대변자처럼 인식돼 온 미국이 9·11테러 이후 아프가니스탄, 이라크에서 잇따라 일으킨 전쟁이 제2의 ‘대(對)이슬람 십자군 전쟁’으로 비친 점도 이슬람권의 정서를 자극했다.
파리=금동근 특파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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