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쿠데타 여파… 바트화 가치 "휘청"

  • 입력 2006년 9월 20일 11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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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군부 쿠데타로 태국 바트화 가치가 지난 4년여 사이 최저로 떨어지고 태국 채권과 태국 증시에 투자한 뉴욕의 펀드들이 타격을 받는 등 금융시장에 태국발(發) 충격이 미치고 있다.

이번 쿠데타는 태국의 정국 불안으로 인한 의회기능 마비로 정부 지출이 늦어질 것으로 관측돼온 상황에서 내년 성장률이 지난 6년 사이 최저인 3~4%에 그치리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발생했다.

월가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번 사태가 바트화 폭락으로 촉발된 97~98년의 아시아 외환 위기 때와 같은 엄청난 파급 효과를 역내에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왜냐하면 당시 피해를 입은 아시아 국가들이 여유있는 외환을 보유하고 있으며 역내 신흥시장에 들어와 있는 자금도 단기 투기 성격이 강하던 외환 위기 때와는 달리 연기금 등 장기 자금이 주류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또 속단은 이르지만 그간 태국이 무혈 쿠데타를 통해 정권이 바뀌어온 전례가 많은 것과 관련해 이번 쿠데타도 그런 식으로 순조롭게 마무리되지 않겠느냐는 낙관적인 기대도 월가에 퍼져있다.

이런 상황에서 월가는 쿠데타 지도부가 20일 '새로운 정책'을 제시할 것이라고 발표한 점을 주목하고 있다. AP도 익명의 태국 군부 고위 소식통을 인용해 쿠데타 지도부가 19일 밤 국왕과 비공식 회동했다고 전해 쿠데타로 밀려난 탁신 치나왓 총리의 뒤를 이을 새로운 '민간 정부'가 곧 구성될 것임을 시사했다.

바트화는 쿠데타 소식이 전해진 후 뉴욕시장에서 19일 오후 4시(현지시각)경 전날보다 1.3% 하락해 달러당 37.77바트에 거래됐다. 이는 지난 2002년 7월 이후 하루사이 최대폭 하락이다.

블룸버그는 그러나 바트가 아시아 태평양의 주요 15개 통화 가운데 투자자들에게 올들어 가장 좋은 실적을 올려준 통화라면서 쿠데타 충격에도 불구하고 올들어 여전히 달러에 대해 8.6% 가치가 뛴 상태임을 상기시켰다.

그러나 태국물에 투자하고 있는 뮤추얼펀드들은 타격받아 뉴욕에서 거래되는 타이 펀드의 경우 한때 7.1% 폭락했다가 일부 회복해 결국 3.7% 하락한 주당 8.65달러에 거래가 마감됐다. 타이 캐피털 펀드 역시 4% 하락한 9.75달러에 거래가 종료됐다.

ING 뱅크 런던법인의 신흥시장 전문가는 블룸버그에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태국 쿠데타가 주변국에 심각한 파급 효과를 주지 못할 것으로 본다"면서 "신흥 채권시장의 펀더멘털에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워싱턴 소재 국제경제연구소(IIE)의 마이클 무사 애널리스트도 블룸버그에 "아시아 외환 위기 때와는 크게 다른 상황"이라면서 "당시는 역내국들의 유동성에 큰 문제가 있고 차입 또한 대규모였으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무사는 외환위기 당시 국제통화기금(IMF) 리서치 책임자를 지냈다.

블룸버그는 태국의 성장이 주춤하고는 있으나 경상흑자가 올해 7월 기준으로 3억 달러가 넘으며 수출도 기록적인 수준으로 증가한 점 등을 상기시키면서 따라서 쿠데타로 인한 정치적 후유증이 조기 수습되면 태국 경제에 더 큰 충격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탠더드 차터드 뉴욕법인의 외환시장 전문가도 CNN 머니에 "태국 쿠데타로 인한 심리적 파장이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일부 신흥시장에 미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렇다할 충격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장의 관심은 쿠데타 조기 수급 여부에 몰려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신용평가기관들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와 피치는 쿠데타 발생과 관련해 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하향조정할 수 있음을 19일 시사했다. S&P와 피치는 태국의 장기 외화에 대해 모두 중간 정도인 'BBB 플러스' 등급을 부여하고 있다.

태국은 쿠데타 발생과 관련해 20일 모든 관공서와 학교, 그리고 은행들을 일시적으로 폐쇄했다.

디지털뉴스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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