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아베시대, 韓日 ‘닫힌 민족주의’ 탈피해야

  • 입력 2006년 9월 21일 02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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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아베 신조(52) 관방장관이 어제 자민당 21대 총재로 선출됐다. 첫 전후(戰後)세대 총리이자 역대 최연소 총리다. 일본의 새 시대 기수이자 정치 명가(名家)의 후예답게 통찰력과 균형감각을 살려 한일관계를 비롯한 대(對)아시아 외교의 복원에 앞장서 주기 바란다.

‘최악’이라는 한일관계가 이번에도 회복되지 못하면 한국에 새 정권이 들어서는 2008년까지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 일본은 노무현 정권을 ‘친북(親北) 친중(親中) 정권’으로, 한국은 일본 자민당 정권을 ‘보수우익 정서를 이용하는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정권’으로 보고 상호 불신해 왔다. 불신이 더 깊어지기 전에 고리를 끊어야 한다.

양국 민간관계는 하루 평균 1만 명 이상이 왕래할 만큼 확대되고 있다. 삼성전자와 소니의 기술협력처럼 세계시장에서 일면 경쟁하고 일면 협력하고 있다. 북한 핵과 중국의 패권(覇權) 추구에 대한 대처 등 함께 풀어야 할 과제도 많다. 무엇보다 두 나라 모두 싫다고 이사를 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한일관계를 이대로 팽개쳐선 안 되는 이유다.

양국 지도자는 외교적 갈등을 국내 정치에 이용하려는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 다행히 아베 총재는 내년 하반기까지 야스쿠니신사 참배 문제로 논란을 빚지 않겠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한국을 선린(善隣)으로 존중하려는 ‘진정성’만 있다면 노 대통령과 터놓고 대화를 못 할 이유가 없다. 그렇지 않고 극우적 행보만 고집할 경우 상황은 걷잡을 수 없게 될 것이다.

노 대통령도 “일본과 붙어 봐야 한다”는 등 거친 언사로 일본을 자극하거나 대화의 문을 닫는 자폐적 태도를 버려야 한다. 중국과 일본이 야스쿠니신사 참배 문제로 대립하면서도 실익(實益)이 걸린 사안에선 ‘윈윈’하려는 실용적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한국이 중국과 북한 편에 서 있다는 인식을 일본에 심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

아베 정권의 출범을 계기로 한일 양국이 ‘닫힌 민족주의’의 경쟁에서 벗어나 장기적 공동이익 차원에서 서로 이해하고 협력할 방도를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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