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주 83세 독일 여성 ‘나치 전력’ 62년만에 들통

  • 입력 2006년 9월 22일 02시 59분


이달 초 나치 전력이 드러나 독일로 추방당한 엘프리데 리나 링켈 씨가 추방당하기 전 미국 샌프란시스코 집에서 찍은 최근 모습. 로스앤젤레스타임스 웹사이트
이달 초 나치 전력이 드러나 독일로 추방당한 엘프리데 리나 링켈 씨가 추방당하기 전 미국 샌프란시스코 집에서 찍은 최근 모습. 로스앤젤레스타임스 웹사이트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직후 이주해 지금까지 미국에서 살아온 올해 83세의 독일 여성 엘프리데 리나 링켈 씨. 그는 나치 전력이 드러나 이달 초 독일로 추방당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로스앤젤레스타임스가 20일 보도했다.

미국에서 추방된 100여 명의 나치 전력자 가운데 유일한 여성인 링켈 씨는 1944년 독일 라벤스부르크 수용소에서 ‘공격용 개’를 훈련시키고 포로들을 가스실로 끌고 가는 임무를 담당했다. 라벤스부르크 수용소는 1만 명 이상의 여성이 굶어죽거나 가스실에서 죽어간 악명 높은 곳.

링켈 씨는 전쟁이 끝나고 독일 출신 유대인 남성과 결혼한 후 미국행 비자를 신청했으나 수용소 근무 사실 때문에 거부당하자 이를 숨기고 재신청해 비자를 받아냈다. 그는 1959년 미국으로 이주한 후에도 과거가 들통 날까 봐 미국 시민권을 신청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나치전범 조사단체인 ‘특별조사사무소(OSI)’가 라벤스부르크 수용소 근무자와 7만여 명의 독일 출신 미국 이민자 명단을 대조하는 과정에서 링켈 씨의 처녀 때 이름을 발견했다.

그는 법무부 관리들이 찾아오자 “공장에서 일하기 싫어 더 많은 급여를 주는 수용소 근무를 지원했지만 포로들과 직접 접촉하는 임무를 맡지는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편과 사별한 링켈 씨는 당뇨병으로 한쪽 눈을 실명하고 관절염으로 지팡이에 의존하는 신세. 그는 앞으로 독일에서 재판을 받아야 하며 죽을 때까지 미국에 입국할 수 없게 된다.

링켈 씨의 변호인인 앨리슨 딕슨 변호사는 “그는 유대인과 결혼하고 유대인 재단에 기부하면서 과거 행적을 속죄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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