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우고 차베스 대통령)나 이란(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처럼 미국인들의 눈으로 보기엔 '비정상적인 국가'의 정상들이 미국을 비판하고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비난하는 현장이 1주일 내내 TV를 통해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미국인들에겐 쿠데타와 포퓰리즘, 이슬람 신정(神政)으로 알려진 나라들이다.
일반 방송 뉴스는 좀 덜했지만, 의회전문 케이블 방송인 C-SPAN은 이들의 기자회견, 유엔 총회 연설을 전면 생중계했다. 또 재방송도 반복해서 내보냈다.
C-SPAN은 20일 차베스 대통령의 25분짜리 연설을 녹화로만 모두 3번 중계했다. 같은 날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의 연설은 31분간 녹화 방송됐고, 21일 1시간 동안 진행된 기자회견은 편집 없이 2번 방송됐다. 재방송은 주로 새벽시간에 집중됐지만, 19일 부시 대통령의 유엔 연설이 2번 방송된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 편집이 아닐 수 없다.
이런 탓에 미국의 인터넷 블로그에서 C-SPAN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왜 이들의 일방적인 주장을 생중계로 방송하느냐" 또는 "제3세계의 미국비판 목소리는 알지만,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느냐"는 비판이 많았다. 그동안 반(反) 부시 정서를 유감없이 내비치던 CNN같은 방송사들조차 이란,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부시 때리기-미국 꼬집기를 조목조목 반박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내보냈다.
미국의 방송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을 보면서 새삼 C-SPAN의 '기가 막힌' 중립성을 주목하고 있다. C-SPAN은 공화당의 발언이 중계되면, 민주당의 반론성 프로그램을 반드시 편성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지난해 3월 유태인 학살(홀로코스트)을 다룬 신간안내 방송 때는 '기계적 중립의 오류' 논란을 부르기도 했다. 당시 이 방송은 데보라 립스태트 교수(에모리대)의 책을 소개 하면서 "독일 아돌프 히틀러 총통이 홀로코스트의 실제 책임자라는 증거는 없다"는 주장을 펴온 영국인 학자까지 출연시키는 준비를 해 왔다.
유태인 단체, 기독교 보수단체의 반론이 거셌다. 방송반대 서명이 전개됐고, 결국 립스태트 교수가 "나도 안나가겠다"고 해 방송은 결국 불발됐다.
이런 논란을 겪어오면서도 이 방송을 향해 정치적 편향성이나 상업성을 문제 삼는 사람들은 없다. 고집스런 중립성이 잘 알려져 있는 데다, 상업광고도 싣지 않고, 이익금도 내지 않기로 선언한 '비영리 기업'이기 때문이다. C-SPAN은 케이블 방송사들이 1979년 공동 설립했다.
김승련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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