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로렌지역의 신문 '레스트 레퓌블리칸'은 23일 기밀로 분류된 프랑스 대외안전총국(DGSE) 내부문서를 인용해 "빈 라덴이 8월23일 파키스탄에서 장티푸스로 목숨을 잃은 것으로 사우디아라비아 정보국이 결론지었다"고 사망설을 가장 먼저 보도했다.
사우디는 4일 이 정보를 입수했으나 시신의 위치 등 추가 정보가 들어올 때까지 기다려 최근 '사망'결론을 내렸다는 것. 인용된 문서에 따르면 빈 라덴은 심한 장티푸스로 장기가 마비될 지경이었지만 고립된 지역에 숨은 도피자여서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했다.
문서에는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과 도미니크 드빌팽 총리 등 고위 관계자들이 보고받았다는 내용도 들어있다.
빈 라덴의 사망설은 지금까지 몇 차례 나왔지만 한 번도 공식 확인된 적이 없었다. 파키스탄 혹은 아프가니스탄 모처에서 신장병 투석치료를 받는다는 소문만 계속 나돌았다. 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은 2002년 "은둔한 도망자의 신분으로 신장투석기를 제대로 쓰지 못했을 것"이라며 직접 사망설을 언급하기도 했다.
빈 라덴이 마지막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2004년 비디오테이프 영상, 또 목소리만 들려준 것은 올 6월 알 자르카위의 죽음을 애도하는 테이프에서였다. 당시 그의 목소리는 약간 떨리는 듯하고 힘이 없어 "기력이 많이 빠진 것 같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편 시라크 대통령은 "확인되지 않은 정보"라면서도 "정보기관의 비밀문서가 공개돼 놀랐다"고 말했다. 프랑스 국방부는 문제의 문서가 유출된 경로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혀 이 문서의 존재 자체는 간접적으로 시인했다.
미국과 프랑스의 외교 관계자들은 "확인할 수 없는 내용", "보고받은 적 없는 이야기"라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아는 바 없고 노코멘트"라고만 답했다. 사우디 정부는 이날 "빈 라덴 사망설의 증거가 없다"는 공식성명을 냈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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