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서기의 비리 사건은 ‘상하이방의 거두(巨頭)’이자 당 중앙정치국 서열 6위인 황쥐(黃菊) 부총리의 거취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알려져 상하이방은 사실상 몰락의 길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 공석이 된 당 서기직은 한정(韓正) 시장이 대행한다.
▽천 서기 비리 내용=중국 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에 따르면 천 서기는 상하이 시 사회보장기금 불법대출에 관여하고 모 기업주의 불법적인 이익을 도모했으며 직책을 이용해 친족의 이익을 꾀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불법대출에 관련된 사회보장기금만 무려 32억 위안(약 3840억 원)으로 알려져 형사 처벌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기율검사위는 앞서 7월 상하이 시의 사회보장기금 불법대출에 대한 조사를 벌인 결과 주쥔이(祝均一) 노동·사회보장국장을 체포하고 최근에는 천 서기의 비서를 지낸 친위(秦裕) 상하이 시 바오산(寶山) 구 부서기 겸 구청장을 파면한 데 이어 천 서기의 오랜 측근인 우밍례(吳明烈) 신황푸(新黃浦)그룹 회장을 비리 혐의로 조사하는 등 천 서기를 압박해 왔다.
▽상하이방 몰락 위기=천 서기의 몰락은 상하이방 세력에 엄청난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장 전 국가주석의 ‘측근 중 측근’인 그의 정치적 위상은 그동안 정치국 상무위원 못지않게 높았기 때문.
그의 해임 파장은 황 부총리의 거취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황 부총리는 부인이 상하이 자선기금회 부회장을 맡으면서 비리 연루 인사들과 밀접히 교류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상하이방의 몰락은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이 지난해 3월 국가중앙군사위원회 주석 직까지 완전 장악하면서 예견돼 왔다. 특히 천 서기는 경기 과열 논쟁 당시 중앙정부의 거시정책에 항의해 내부회의 석상에서 원자바오(溫家寶) 국무원 총리를 향해 탁자를 내리치는 등 ‘손을 봐야 하는 지방제후의 대표’로 꼽혀 왔다.
후 주석은 그를 여러 차례 교체하려 했으나 상하이방의 저항으로 번번이 실패했다. 기율검사위가 이번에 전례 없이 100명의 대규모 조사단을 상하이에 파견해 조사를 벌인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따라 내년 가을 17대 전당대회에서는 상하이방이 몰락하고 후 주석이 이끄는 공산당 청년단 출신의 인물이 대거 정치국 상무위에 입성할 것으로 예측된다.
한편으로 천 서기의 몰락은 1995년 천시퉁(陳希同) 당시 베이징 당서기의 몰락을 연상시키면서 ‘역사의 반복’이라는 평가도 받고 있다. 당시 장 전 국가주석은 자신의 최대 정적이자 ‘베이징방(北京幇)’의 거두로 불리던 천 베이징 당서기를 횡령 혐의로 잡아들이며 권력 기반을 공고히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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