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샤라프 대통령은 25일 출간된 회고록 ‘사선(射線)에서(In the line of fire)’에서 비둘기파로 분류되는 콜린 파월 당시 미 국무장관이 테러 이튿날인 9월 12일 전화를 걸어 “미국의 친구가 되거나, 적이 돼라”며 최후통첩을 남겼다고 썼다. 회고록에 따르면 9월 13일에는 리처드 아미티지 당시 부장관이 군 정보당국자에게 전화로 “파키스탄이 테러범을 계속 돕는다면 미국의 폭격을 받아 석기시대(Stone Age)로 돌아갈 각오를 하라”며 압박수위를 높였다. 아미티지 전 부장관은 25일 방문지인 서울에서 이 사실을 부인했다.
무샤라프 대통령은 “상처 입은 곰 같은 미국이 느낀 분노를 생각하면 진짜 핵시설을 겨냥한 폭격을 받을 수 있고, (오랜 경쟁국인) 인도와 손잡고 국지분쟁을 일으킬 수 있었다고 판단했다”고 썼다. 협박 때문이 아니라 파키스탄의 국익을 위해서 ‘미국의 친구’로 돌아섰다는 해명이다. 그는 “미국과 싸울 때 어떤 ‘경우의 수’가 있는지 전쟁게임(war game)까지 해 봤다”고 회고했다. 그는 특히 “우리는 알 카에다 요원 689명을 붙잡아 미국에 369명을 넘겼다”면서 “그 대가로 수백만 달러의 현상금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무샤라프 대통령은 “북한과 리비아 등에 핵 기술을 수출한 압둘 카디르 칸 박사가 북한에 20여 개의 P-1 및 P-2 원심분리기와 유량계, 원심분리기에 쓰이는 특수한 기름을 넘겨주고, 북한 기술자들을 원심분리기 공장으로 초청해 기술 지도를 해 줬다”고 밝혔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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