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27일(현지 시간)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와 조선일보가 워싱턴에서 공동 주최한 세미나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한국이 레바논 사태 해결에 기여할 부분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조만간 레바논에 조사단(survey team)을 파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같은 날 힐 차관보는 미 하원 국제관계위원회 청문회 도중 기자들과 만나 “레바논 사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한국의 역할이 무엇이 될지는 이 사안을 주도해 온 프랑스 등 유럽 국가와 논의할 일”이라며 “원래 이 주제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논의될 대상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28일 “다른 외교 경로를 통해 이 문제에 대한 논의가 있었을 수 있지만 정상회담에서 레바논 파병 논의는 없었다”고 말해 정상회담에서의 논의 사실은 부인하면서도 조사단 파견 계획은 사실상 확인했다.
한편 힐 차관보는 올해 말로 활동 시한이 끝나는 이라크 주둔 자이툰부대의 파병 연장과 관련해 “정상회담에서 노 대통령은 (파병 결정이) ‘어려운 결정이었다’면서 그동안 한국군이 이라크에 주둔해 왔고 그런 기여(commitment)를 계속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자이툰부대의 파병 연장에 동의했다는 의미냐”는 질문에는 “한국 국회가 결정할 일”이라고 답했다.
한편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28일 브리핑에서 파병 연장에 대해 “정부 방침은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고 밝혔다.
국무부 주변에서는 그동안 자이툰부대의 2007년 운용에 대해 ‘주둔은 계속하지만 부대 규모는 줄인다’는 전망이 거론돼 왔다. 다른 미 당국자는 “파병 규모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말해 이 같은 전망을 뒷받침했다.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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