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카소네 “아베, 극우와 거리…한-중과 관계개선 힘쓸 것”

  • 입력 2006년 10월 2일 03시 02분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일본 총리는 지난달 28일 “아베 신조 총리는 신중하고 냉정하다”고 평가하면서도 “야스쿠니신사 참배는 자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일본 총리는 지난달 28일 “아베 신조 총리는 신중하고 냉정하다”고 평가하면서도 “야스쿠니신사 참배는 자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전 일본 총리는 5월에 미수(米壽·88세)를 넘겼다. 하지만 지금도 정치 원로로서 후배 정치인들에게 조언을 빠뜨리지 않고 외국 지도자들과의 교류도 자주 한다. 그는 2003년까지 56년간 국회의원을 지내면서 일관되게 ‘전후정치의 총결산’을 내걸고 평화헌법 개정 등을 주장해 왔다. 한마디로 전쟁 책임과 죄의식에서 벗어나 미래지향적 일본을 만들자는 것이다. 그래서 일본 정치권에서 ‘보수의 원류’ ‘강경파의 대부’로 불려 왔다. 1985년 8월 15일 일본 총리로는 처음으로 야스쿠니(靖國)신사를 공식 참배해 비판받기도 했다. 그의 작품인 ‘전후정치의 총결산’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내건 ‘전후로부터의 탈피’ 정책에도 크고 깊은 영향을 줬다는 평가다. 은퇴한 정치인인 그가 여전히 국내외의 주목을 끌고 있는 주 요인 중 하나다. 28일 도쿄(東京) 나가타(永田) 정에 있는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

―한국 중국과 일본 간에는 야스쿠니신사 참배, 역사인식 문제가 있다.

“아베 총리가 어떤 구체안을 가지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역시 야스쿠니신사 참배 문제는 자중하겠다고 밝힐 필요가 있다.”

―아베 총리는 ‘야스쿠니신사에 갈 것인지 안 갈 것인지 말하지 않겠다’는 전략인데 그걸로 족하다고 보나.

“그 이상 파고들어서 야스쿠니신사에 관한 자신의 태도를 어느 정도 명확히 할 필요가 있을 거다. 일본 국회에서도 질문이 있을 텐데, ‘신중한 태도를 취하겠다’는 식의 답변을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베 총리가 그 속에 들어 있는 뜻을 모두 말하지 않더라도 이해해 줘야 한다. 가는 것에 신중할 것이다.”

―‘가는 것에 신중하다’는 말을 가지 않는다는 뜻으로 이해해도 되는가.

“갈지 말지 하는 식의 결론을 정치가는 대개 말하지 않는다.”

―조만간 노무현 대통령과 아베 총리 간의 정상회담이 열린다고 한다. 나카소네 전 총리는 1982년 총리가 된 이듬해 해외 방문으로는 최초로 한국을 방문해 청와대에서 ‘노란 셔츠 입은 사나이’를 불렀다고 들었다.

“당시 일본에 가장 중요한 나라가 한국이었다. 하지만 관계가 가장 안 좋았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 나선 거다. 그런 뒤 미국을 방문하면 미국인들도 기뻐하고 평가해 줄 것이라고 봤다. 한국은 일본에 있어 그 정도로 중요한 나라다.”

인터뷰를 하는 동안 나카소네 전 총리는 ‘정치가’라는 말을 강조했는데, 이 말이 그에겐 잘 어울려 보였다.

―독도 문제를 놓고 덩샤오핑(鄧小平) 전 중국 최고지도자의 ‘당분간 해결하지 않는다는 해결방법도 있다’는 말을 인용한 일이 있다. 후대에 맡기자는 뜻인가.

“그렇다. 서로 평행선을 그으며 논쟁을 해봤자 소모적이고 사이만 나빠지지 않겠는가. 덩샤오핑의 그 말은 참 명언이다.”

―역사인식 문제와 관련해 아베 총리는 침략전쟁을 사과하는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전 총리의 담화를 부정했다고 해서 말이 많다.

“과거의 총리들이 한 것을 모두 존중하며 앞으로도 그러한 선에서 행동할 거라고 본다.”

―아베 총리가 너무 ‘오른쪽’이라는 우려가 많다. 위험해 보인다는 지적도 있다.

“무책임한 예측이다. 아베 총리 본인은 매우 신중하고 냉정하다. 사고방식은 중도보다 약간 오른쪽이지만 극단적인 우파는 아니다. 무엇보다 그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 시대에 헝클어졌던 국제관계를 고치려 하고 있다. 가령 한국 중국 등 동아시아와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진심으로 노력할 것이다. 새 총리는 고이즈미 내각과는 달리 헌법이나 교육이라든가 정치의 본류로 돌아왔다.”

―바람직한 한일관계는….

“외교의 중심점은 양국 수뇌가 정말로 우정을 느끼고 굳게 악수하는 것이다. 서로 우정을 느낄 수 있도록 상대의 입장도 존중하고 이쪽 입장도 존중받는 방식이 돼야 한다. 양국 관계가 국제적으로도 중요성을 갖고 있다는 자각을 가져야 한다. 나는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 후야오방(胡耀邦) 전 중국 당총서기, 전두환 전 대통령하고도 친구가 됐다.”

그는 1985년 야스쿠니신사에 공식 참배했으나, 단 한번으로 그만뒀다. 여기에는 당시 친일파였던 후야오방이 실각할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또 5월 그의 미수연에는 전 전 대통령이 축하하러 방일했을 정도로 그 우정은 길게 이어지고 있다.

그는 9월 초 기자회견에서 “(핵우산을 일본에 제공하고 있는) 미국의 태도가 반드시 지금처럼 계속될 것인지 예단할 수 없다”며 “핵무기 문제도 연구해 둘 필요가 있다”고 밝힌 일이 있다. 그 이유를 물었다.

“그 얘기에는 두 가지 큰 전제가 있다. 핵확산금지조약(NPT)과 일본의 ‘비핵3원칙’(핵무기를 갖지도, 만들지도, 들여오지도 않는다는 원칙)을 엄수한다는 것이다. 그 전제하에 앞으로 국제관계가 크게 변한다면, 가령 미일 안보조약이 깨지는 등의 큰 변화가 생길 상황에 대비해 일본도 핵문제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핵무장한다든지 하는 대변동도 포함된다. 비상사태가 닥쳤을 때 ‘일본도 여러 가지를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의사표시이기도 하다.”

―북한의 핵무장이 가까운 시일 내에 가능하다고 보나.

“잘은 모르지만 이미 핵을 갖고 있다는 말도 있다. 그렇지만 사용하지는 못할 것이다. 핵실험도 당연히 못한다. 사용하면 엄청난 일이 된다. 또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여기에는 국제적인 압력이 힘을 발휘한다. 6자회담이 그 때문에 진행되고 있다. 핵문제를 놓고는 북한을 제외한 5개국이 일치하고 있다.”

―일본은 마음만 먹으면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것 아닌가. 일본이 핵무장을 한다면 한국도 핵을 가지려 할 것이다.

“만들 수 있을 거다. 하지만 만들지 않는다. 물론 한국의 그런 움직임도 중요하다. 혹 그런 상황이 되면 NPT는 붕괴해 버리니까. 거기까지 생각해서 일본은 핵문제에 신중하지 않으면 안 된다.”

―아베 정권의 출범으로 일본 정치에 본격적인 세대교체가 시작됐다는 느낌이다. ‘전후 총결산’이 이뤄지는 걸까. 혹 거꾸로 가는 일은….

“세대교체는 시작됐다. 거꾸로 가는 상황이 있다면 그건 꽤나 비상사태일 것이다.”

―건강관리는 어떻게….

“가능한 한 채식을 하고 충분히 잔다. 일요일은 골프를 한다. 골프 실력은 별로지만 신선한 공기를 마시고 걷기 위해서다.”

■ 아베 총리와의 인연

“집안끼리 중용 ‘정치적 한핏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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