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에너지횡포 너무해” 벨로루시 발끈

  • 입력 2006년 10월 2일 03시 02분


“천정부지로 치솟던 에너지 가격에 맛 들인 러시아가 형제국인 벨로루시에도 뒤통수를 맞았다.”

지난달 30일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로루시 대통령이 “러시아와 체결한 연방국가 합의가 파기될 수 있다”고 말한 뒤 모스크바 외교가에서는 이런 말이 나돌았다.

지금까지 루카셴코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책을 전폭적으로 지지해 왔다. 또 러시아와 벨로루시의 연방국가 설립 계획은 2008년 말 임기가 끝나는 푸틴 대통령의 대권 연장 카드 중 하나였다. 연방국가가 세워지면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헌법을 개정하지 않고도 3선 연임이 가능하다.

그렇지만 루카셴코 대통령은 러시아 대선을 2년 앞둔 시점에서 이 카드를 버릴 수 있다고 한 것이다. 벨로루시의 반응은 러시아에 상당한 충격을 줄 것이라고 러시아 일간지 코메르산트가 전망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의 ‘충격 발언’은 러시아 최대 가스 수출기업인 가스프롬의 가격 인상 때문. 올해 가스프롬은 벨로루시에 공급하는 천연가스 가격을 1000m³당 47달러에서 내년부터는 200달러로 4배 이상 올리겠다며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이에 대해 루카셴코 대통령은 “동등한 조건의 가스 공급 없이 어떻게 연방 국가를 거론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2002년 러시아와 가스 가격 문제를 포함한 연방국가 일괄 합의에 서명한 만큼 벨로루시에도 러시아 내수용 가격을 유지해야 한다고 그는 주장했다.

모스크바=정위용 특파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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