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럼즈펠드 축출 시도때 로라 부시도 거들었다”

  • 입력 2006년 10월 2일 03시 02분


이라크전쟁의 기획 및 실행자인 도널드 럼즈펠드(사진) 미국 국방장관을 궁지에 몰 만한 책 2권이 잇따라 출간되면서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해명에 진땀을 흘리고 있다.

워터게이트 사건을 특종 보도한 미 워싱턴포스트의 밥 우드워드 부국장은 지난달 29일 ‘부인하는 국가(State of Denial)’를 펴냈다. 같은 신문의 캐런 드영 부(副)편집자는 10일부터 ‘군인, 콜린 파월의 생애’를 판매한다.

우드워드 부국장은 지난달 30일자 기사에서 앤드루 카드 전 백악관 비서실장이 럼즈펠드 장관의 사임을 2차례나 건의했지만, 딕 체니 부통령과 칼 로브 정치고문의 반대로 수용되지 않았다고 썼다.

특히 두 번째 건의 때는 평소 럼즈펠드 장관의 거만한 태도가 남편에게 누가 된다고 믿어온 대통령 부인 로라 여사의 지원까지 받았다는 것.

또 우드워드 부국장은 이라크전쟁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정보보고서가 올라왔지만, 부시 대통령의 최고위 참모들은 “전쟁이 잘 치러지고 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특히 미 합참 정보과가 올 5월 작성한 “이라크에서의 폭력 사태가 2007년까지 계속 늘어날 것”이란 내용의 보고서가 백악관, 국무부에 회람됐지만 정작 부시 대통령은 “이슬람 무장세력의 저항이 줄어들고 있다”고 연설할 정도로 정보 왜곡이 심했다고 그는 지적했다.

드영 부편집자는 “파월 전 장관은 지난해 초 부시 대통령과의 고별 면담에서 ‘국방부가 북한, 이라크 등 광범위한 외교문제에 개입할 권한을 준 것이 부시 행정부의 외교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직언했다”고 썼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이를 일축했다는 것이 그의 전언이다.

파월 전 장관은 면담이 끝난 뒤 자신의 보좌관에게 “부시 대통령은 내가 그 자리에 왜 있는지 모르는 것 같다”고 볼멘소리를 했다는 것.

한편 백악관 등은 책의 일부 내용에 대해 즉각 반박했다. 토니 스노 대변인은 “럼즈펠드 장관이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에게 전화 회신도 하지 않을 정도로 관계가 악화돼 있다는 주장은 사실무근이며, 로라 여사도 럼즈펠드 장관의 교체를 바란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카드 전 비서실장 역시 “럼즈펠드 장관 축출에 나선 바 없다”고 부인했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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