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군부 행정-입법 전권 장악…총리에 軍출신 수라윳

  • 입력 2006년 10월 2일 03시 02분


새 총리에게 인사하는 쿠데타 실세 1일 태국 총리에 취임한 수라윳 출라논 추밀원 고문(오른쪽)이 1일 방콕 정부청사에서 쿠데타 지도부인 민주개혁평의회를 이끌고 있는 손티 분야랏끌린 육군 총사령관(왼쪽) 등의 축하 인사를 받고 있다. 방콕=AP 연합뉴스
새 총리에게 인사하는 쿠데타 실세 1일 태국 총리에 취임한 수라윳 출라논 추밀원 고문(오른쪽)이 1일 방콕 정부청사에서 쿠데타 지도부인 민주개혁평의회를 이끌고 있는 손티 분야랏끌린 육군 총사령관(왼쪽) 등의 축하 인사를 받고 있다. 방콕=AP 연합뉴스
태국 육군 총사령관을 지낸 수라윳 출라논(63) 추밀원 고문이 1일 24대 태국 총리로 취임했다.

그의 총리 취임에 대해 태국은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이지만 입헌군주제하에서 국왕의 자문기관인 추밀원 출신이, 또 군부 쿠데타 직후 군인 출신이 총리가 된 것은 민주주의의 퇴보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수라윳 총리는 수많은 동료 군인이 정계로 진출할 때도 곁눈질하지 않고 야전 군인의 외길을 걸어온 인물. ‘정글의 고요를 즐기는 환경주의자이자 아집에서 벗어나고픈 불교도’로서 그는 평소 “나 같은 사람은 정치에 적합하지 않다”고 자평해 왔다.

이런 그의 처신에는 불행한 가족사도 이유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육군사관학교 생도였던 시절, 아버지 파욤 출라논 중령은 군을 이탈해 태국 북부지방에서 준동하던 공산반군에 가담했던 것.

그가 비정치적인 인물이라는 점이 이번에 총리로 내세워진 이유이기는 하지만 그가 단지 쿠데타 세력의 ‘얼굴’ 역할에 그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내년 10월 총선을 앞두고 새 헌법이 제정될 때까지 효력을 지니게 될 임시헌법에 따르면 군부는 과도정부 총리의 임면권을 쥐고 언제든지 국정에 개입할 수 있다. 또 상하원 역할을 함께하게 될 ‘국가의회’의 의원 250명도 군부가 뽑아 국왕의 승인 절차를 거쳐 임명하도록 돼 있다.

수라윳 총리는 1998년 특수부대 사령관에서 일약 육군 총사령관에 임명되기 전까지 잘 알려지지 않은 군인이었다. 당시 군은 1992년 5월 17일 쿠데타에서 시위대에 발포해 50명 이상의 희생자를 낸 이후 국민의 신망을 잃었고 그는 육군 총사령관으로 정치 개입에 얼룩진 군을 숙정하는 데 앞장섰다.

그는 2년 전 출간된 자서전 ‘험로(The Iron Path): 공산주의자 아들에서 군 총수에 오르기까지’를 통해 “‘피의 5월’은 군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겨줬다”며 숙정의 동기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탁신 친나왓 전 총리 정부 시절 그는 남부 이슬람 무장세력에 대한 무력 진압에 항의하다 합참의장이라는 유명무실한 자리로 물러나 2003년 38년간 복무했던 군 생활을 청산했다. 그 뒤 3개월간 승려생활을 하다 푸미폰 아둔야뎃 국왕의 간청에 의해 추밀원 고문역을 맡아왔다.

그는 총리에 취임한 뒤 “남부의 많은 이슬람교도가 불교 국가 태국에서 이류 시민으로 취급받고 있다”며 앞으로 정부는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송평인 기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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