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라 대통령은 개표가 97.8% 진행된 상황에서 48.79%를 득표했고 알크민 후보는 41.43%를 얻었다.
당초 1차 투표에서 무난한 승리가 예상됐던 룰라 대통령은 2주전 터진 '집권당의 부패 스캔들'로 최근 고전해왔다. 6.85%를 득표한 사회주의자유당(PSOL)의 엘로이자 엘레나 상원의원 등 6명의 군소 후보들은 저조한 득표에 그쳤다.
룰라 대통령은 2002년 대선에서도 결선투표를 거쳐 힘겹게 당선된 바 있다.
▽소극적인 대처가 패인= 현지 언론은 룰라 대통령 선거운동 캠프의 소극적인 선거전략을 가장 큰 실수로 보고 있다. 룰라 대통령은 이번 대선 기간 동안 후보자 TV토론에 한번도 참가하지 않았다. 여론조사 우위를 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후보들로부터 일방적으로 공세를 당하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없다는 계산이었다.
그러나 투표 직전 지지율이 50% 미만으로 떨어지면서 지난달 28일 열린 마지막 TV토론에는 나가서 적극적인 해명을 해야 한다는 내부 의견이 나왔다. 그러나 결국 룰라 대통령은 TV토론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야권후보들의 공세를 정면 돌파하지 못하고 이를 회피하면서 지지율 추가 하락을 가져왔다는 지적이다.
▽야당 연합 성사 여부에 관심= 결선투표 실시가 확정되면서 연장전에 돌입한 브라질 대선 정국은 이제 알크민 후보의 대역전극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예상외로 선전한 사회민주당은 페르난두 엔리케 카르도주 전 대통령이 직접 지원 유세에 나서는 등 결선투표에서 총력전을 펼칠 계획이다. 또 3위를 차지한 엘레나 의원 등 군소 후보들을 끌어들여 반(反)룰라 전선을 형성할 경우 승산이 있다고 보고 있다.
알크민 후보는 행정가로서는 높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구두닦이 소년 출신의 룰라 대통령과 같은 강력한 카리스마와 지명도를 갖고 있지 못한 것이 약점이다. 룰라 대통령의 '이벤트 정치'에 실망한 중산층의 지지를 받고 있지만 빈민층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룰라 대통령에 비해 지지 세력의 결집력도 떨어진다는 평이다.
지금까지의 여론조사 결과는 결선투표에서 룰라 대통령의 승산이 여전히 높다. 하지만 20% 가까이 벌어졌던 격차가 5~6%로 줄어든 상황이어서 남은 4주 동안의 정국 상황에 따라 알크민 후보가 극적인 역전승을 거둘 가능성도 남아있다.
김기현기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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