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모두들 럼즈펠드를 싫어하나

  • 입력 2006년 10월 3일 03시 00분


1일 니카라과로 가는 군용기 안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도널드 럼즈펠드 미국 국방장관. 그는 장관직 사임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AP 연합뉴스
1일 니카라과로 가는 군용기 안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도널드 럼즈펠드 미국 국방장관. 그는 장관직 사임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AP 연합뉴스
오만 전횡 비밀주의 그리고 정책 실패.

도널드 럼즈펠드 미국 국방장관을 겨냥한 언론의 추적 보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밥 우드워드 부국장이 펴낸 책 ‘부인하는 국가(State of Denial)’의 요약본을 재차 실었다. ‘자리에 남아 있어야 하나’라는 제목이 붙은 워싱턴포스트 1일자 기사의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왜 중용했고, 어떻게 계속 보호받나=럼즈펠드 장관은 딕 체니 부통령이 2000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첫 대선 승리 직후 추천했다. 럼즈펠드 장관은 부시 대통령의 아버지와 관계가 안 좋았다. 그는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을 ‘경량급 인사’로 낮춰 봤고, 아버지 부시는 럼즈펠드를 “오만하고, 자기만 알며, 마키아벨리식 정치를 선호한다”고 혹평하곤 했다.

그러나 아들 부시 대통령이 면담한 럼즈펠드는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앤드루 카드 백악관 비서실장에게 “그를 부통령에 지명할 수도 있었다”고 할 정도였다. 부시 대통령은 럼즈펠드에 대한 아버지의 부정적 생각을 넘어서고 싶어 했다.

카드 실장이 2차례나 럼즈펠드 장관의 해임을 건의했지만, 부시 대통령은 모두 외면했다.

다양한 이유를 들었다. 첫째, 국방장관을 교체하면 상원의 신임 국방장관 인준청문회가 이라크전쟁 청문회로 변질될 수 있다. 둘째, 그의 해임은 이라크전쟁의 실패를 의미할 수 있고, 이라크 총선(2005년 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셋째, 럼즈펠드 장관이 추진해 온 해외주둔 미군 재배치 정책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카드 실장이 제시한 후임은 아버지 부시 대통령 밑에서 국무장관을 지낸 제임스 베이커 3세. “외교관이 국방장관을 맡아야 대외관계가 좋아진다”는 게 명분이었다. 카드 실장은 그를 “외교가의 로저 클레멘스(미국 최고의 투수)”로 비유했다. 민주당 대통령후보였던 조지프 리버먼 상원의원도 후보 중 하나였다.

▽‘업무상 일방주의?’=럼즈펠드 장관은 백악관 회의 때 대통령에게는 140쪽짜리 보고서를 주면서, 백악관 국방비서관에게는 40쪽짜리 보고서만 보여 줬다.

백악관 회의 중에도 “메모하지 말라”고 주문할 정도로 비밀주의가 심했고, 회의가 끝난 후에는 자료를 수거해 갔다. 어떤 날은 자료 복사본이 불충분해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안보보좌관(현 국무장관)이 ‘옆자리 사람의 자료’를 넘겨다보며 회의를 해야 할 때도 있었다.

라이스 보좌관의 전화에 응답을 하지 않아 부시 대통령이 직접 나서 “콘디(라이스 보좌관의 애칭)랑 말을 안 한다며? 대화해 가며 하라”고 얘기하는 일까지 생겼다.

그러나 라이스 국무장관은 2일 이 대목에 대해 “웃기는(ludicrous) 얘기”라고 일축했다.

허리케인 카트리나 때는 카드 실장이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연방군 투입 지시를 전달했는데도 럼즈펠드 장관은 “비서실장이 내 상관이냐. 대통령이 직접 말 안 하면 난 일 못한다”고 버텼다. 카드 실장이 “대통령의 뜻을 전달하는 것이다”라고 했으나 요지부동이었다.

부시 대통령은 얼마 후 카드 실장에게 “럼즈펠드가 전화로 (군 동원 문제를) 물어 오더라. 다 알아서 전달하라고 지시하지 않았느냐…”고 되물었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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