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는 스웨덴 모델]“일한 만큼 월급 더 가져가야”

  • 입력 2006년 10월 3일 03시 00분


아직 총선 승리의 여운이 남아 있는 스웨덴 보수당사에서 언론담당관 오스카르 헬렌 씨가 벽보판을 가리키며 선거 구호를 설명하고 있다. 스톡홀름=금동근 특파원
아직 총선 승리의 여운이 남아 있는 스웨덴 보수당사에서 언론담당관 오스카르 헬렌 씨가 벽보판을 가리키며 선거 구호를 설명하고 있다. 스톡홀름=금동근 특파원
스톡홀름 시내 남쪽의 옛 도심 입구에 자리 잡은 보수당 당사. 다리 건너 국회의사당과 지척인 이곳은 요즘 스톡홀름에서 가장 바쁜 곳이다. 정권 인수 준비에 한창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28일 당사 안으로 들어갔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바닥에 놓인 샴페인 병. 승리의 흥분이 아직도 남아 있는 듯했다. 벽보판에는 선거 때 사용했던 각종 구호가 여전히 붙어 있었다.

‘중학교를 졸업한 모든 사람은 김나지움(고등학교)의 철자를 정확히 쓸 줄 알아야 한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은 월급날 1000크로나를 더 가져가야 한다.’

공교육의 부실화를 지적하고 일하는 만큼 버는 사회를 지향한다는 내용이었다. 보수당이 주축이 된 새 중도우파 정권이 어떤 쪽으로 국가를 이끌어 갈지 엿볼 수 있었다.

언론담당관 오스카르 헬렌(30) 씨는 “일하는 사람들의 권리를 되찾아주겠다는 게 우리의 지향점”이라고 밝혔다. 선거 기간에 보수당이 내세운 ‘새 노동당(New labor party)’에 대해 헬렌 씨는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가 포용하려는 노동자는 기존의 노동당이 가리키는 이념적 성격이 포함된 노동자와는 다르다. 우리는 노동자를 ‘일하는 사람(worker)’이라는 뜻으로 사용한다. 다시 말해 ‘신노동당’이 되겠다는 것은 일하는 사람을 위한 당이 되겠다는 뜻이다.”

우파 정권의 탄생을 놓고 스웨덴 국내외에선 ‘스웨덴의 복지제도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에서부터 ‘분배보다는 성장 위주의 정책을 채택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스웨덴에서 만난 사람들은 기업가에서부터 노동자에 이르기까지 복지제도에 큰 변화가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이는 우파 연정이 약속한 바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파는 “복지제도를 효율적으로 손질하겠다”고 공언했다. 손질의 정도가 어느 수준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보잉에 스카르트룀 스톡홀름대 교수는 “급격한 변화는 없겠지만 복지 혜택이 어느 정도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공작기계 수입업체 스웨디시 툴의 위르겐 엥겔브레히트 사장은 “친기업적인 성향으로 사회가 바뀔 것”이라고 희망했다. 스웨디시 툴이 있는 발렌투나는 공장지대. 그러나 여기서도 활기를 느낄 수 없었다. 엥겔브레히트 사장의 얘기는 이곳에 다시 활기가 넘치기를 기대하는 것이었다.

실제 중도우파가 선거 때 내세운 공약을 보면 작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기업주가 좀 더 일할 맛이 나도록 경제 환경을 바꾸겠다는 것.

새 정부는 우선 근로소득세를 감면할 예정이다. 근로소득세를 줄이면 고용주가 부담하는 세금도 줄일 수 있다. 고용주 세금을 줄여 고용주의 부담을 줄이면 신규 채용이 늘고 창업도 용이해질 것으로 새 정부는 예상하고 있다.

세수 감소로 인한 재정 부족은 재정 지출을 줄임으로써 메워 갈 계획이다. 지출이 가장 많은 의료, 교육 등 공공복지 부문의 지출이 우선 축소 대상이다. 병원 학교 같은 공공 기관과 공기업의 민영화, 의료비의 자가 부담액 인상 등의 조치가 뒤따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새 정부는 또 실업보험금의 지급 규모를 단계적으로 낮춰 가기로 했다. ‘일하는 사람’을 위한다는 목표에 맞춘 것이다. 재산세(부유세)와 주택보유세도 점진적으로 줄여 폐지하는 쪽으로 방향을 정했다.

이와 더불어 새 정부는 △효율적 시장경제 구축 △세계화 추진 △노동시장 유연성 확대 등을 목표로 내세웠다.

이 같은 일련의 시장 친화적 정책에 대해 한 기업인은 “단비가 내릴 조짐”이라고 기대했다. 스웨덴 언론들은 “중도좌파의 복지 중심의 정책에서 벗어나 효율 및 경제적 효과를 중시하는 시장주의적 개혁을 추진하려 한다”며 주목하고 있다.

스톡홀름=김동근 특파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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