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리스 美국방 부차관 “한국 방위비 부담 50%선까지”

  • 입력 2006년 10월 3일 20시 11분


2일 기자간담회를 자청한 리처드 롤리스 미국 국방부 부차관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 문제를 언급하면서 "주한미군 전력 감축"을 거론하는 등 매우 높은 수위의 표현을 사용했다.

전시작전권 이양 협상이 본격화하기 전에는 가급적 물밑에서 밀고 당기는 협상을 진행하려 했던 종전 태도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이날 간담회는 미 국방부(펜타곤)가 자청한 것일 뿐 아니라 이례적으로 실명 보도를 허용하는 자리였다. 그 때문에 펜타곤이 20일 시작되는 한미안보연례협의회(SCM)를 앞두고 언론을 이용해 한국 측에 압력을 가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미 국방부 공보실 관계자는 "그동안 인터뷰 요청이 많이 들어와 한꺼번에 모이도록 자리를 마련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간담회 마지막에 한국 기자가 방위비 분담 문제를 질문하자 롤리스 부차관은 "정말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하면서 거침없이 강한 단어들을 토해냈다.

-지난주 하원 청문회에서 주한미군 비용 문제 때문에 '뼈를 깎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는데.

"정말 중요한 문제다. 우리는 한국과 분담금 협상의 새 라운드에 들어갔다. 지난해 한국의 부담률이 38%로 낮아졌는데 이는 '공평하고 적절한 게'(eqitable) 아니다. 의회는 우리에게 미군이 주둔하는 나라의 방위비 분담 수준을 50~75%로 높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일본의 현재 부담률은 70% 이상이다. 반면 한국의 부담비율은 하향추세다.

우리가 지방, 근육, 뼈를 깎는 상황이 되면 (전투)능력, 인력을 감축해야 할지 여부를 어렵게 결정해야 한다. 동맹의 능력에 손상을 주기 시작하는 정말 어려운 결정을 해야 한다. 지금 그 시점에 와 있다. 이번에도 비슷한 분담비율이 나오면 우리는 실제로 감축(real cut) 할 수 밖에 없다. 우리가 동맹 지원을 위해 한반도에 (전투)능력을 유지하겠다는 것은 한국이 계속해서 합리적인 부담을 할 것이라는 점을 전제로 한 것이다. 현재는 그 수준이 아니다. 현 추세가 지속된다면 우리는 중대한 문제를 안게 된다."

-언제까지 합의 되어야 하는가.

"늦어도 12월까지는 합의돼야 한다. 다음주나 그 다음주 추가 협상이 있을 것이다. 시기적으로 급하다. 앞으로 수개월내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면 심각한 문제가 생길 것이다."

-미국이 생각하는 한국의 합리적 분담비율은.

"가능한 50% 가까운 선이다. 38%는 분명히 아니다. 지금 1억5000만~1억8000만 달러다."

그의 발언에 대해 워싱턴의 외교소식통은 "한미관계 역시 다른 양자관계와 마찬가지로 줄 건 주고받을 건 받는, 서로 계산을 정확히 해야 하는 관계라는 미 당국자들의 인식을 명확히 보여준다"고 말했다.

한편 롤리스 부차관은 이날 한미연합사 해체 이후의 구도에 대해 양국간에 견해차가 있음을 시사했다.

"현 한미연합사는 아마 오늘날 가장 첨단의 전쟁 지휘·통제 기구이자, 정말 매우 첨단의 양자 사령부 기구다. 우리는 현재 이 구조에 매우 만족하고 있다. 우리 생각은 기존 지휘구조를 토대로 3년의 기간을 거쳐 전환하자는 것이다. 한국 생각은 약간 달라, 자국의 능력을 키워 자국이 원하는 새로운 지휘구조를 만들자는 것이다."

그는 북한이 핵실험을 해도 지휘구조 개편 방침이나 일정엔 변함이 없느냐는 질문에 "절대적으로 그렇다"고 말했다.

워싱턴=이기홍특파원 sechepa@donga.com

김승련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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