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광신자 위협에 유럽 비겁해져 간다” 佛 철학자들 질타

  • 입력 2006년 10월 4일 03시 00분


‘유럽이 비겁해지고 있다.’

프랑스 철학자들이 이슬람교를 비판한 뒤 살해 위협에 시달리고 있는 한 고등학교 철학교사를 공개적으로 지지하며 이슬람의 위협에 겁먹고 있는 유럽 사회를 질타했다.

베르나르 앙리 레비, 앙드레 글뤽스만, 기 소르망 등 철학자 20여 명은 3일자 일간 르몽드에 공동 기고한 글에서 “알 카에다와 연계된 이슬람 조직이 자신들의 인터넷 사이트에서 철학교사 로베르 르드케르(52) 씨의 살해를 선동한 이후 르드케르 씨는 경찰에 이주를 강요당하고 있다”며 “이는 인간의 기본권과 프랑스 주권에 대한 명백한 침해행위”라고 주장했다.

프랑스 남부 툴루즈 인근의 고등학교에 재직 중인 르드케르 씨는 지난달 19일 일간 르피가로 독자투고란에 이슬람교는 폭력과 증오를 찬양하는 종교라는 글을 실은 뒤 예언자 마호메트를 모독했다는 이유로 살해 위협을 받아 왔다.

철학자들은 르드케르 씨가 받고 있는 살해 위협이 이슬람 여성 학대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순종’으로 2004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거리에서 이슬람교도에게 잔인하게 살해된 테오 반 고흐 감독의 사례와 같다고 주장했다.

또 이들은 르드케르 씨를 제명하겠다는 프랑스교사협회(SNES)의 성명을 비판하며 독일 베를린 국립오페라극장에서 상연될 예정이던 모차르트의 ‘이도메네오’가 예수의 잘린 목과 함께 마호메트의 잘린 목이 무대에 등장한다는 이유로 취소되고,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독일 레겐스부르크대에서 이슬람을 비판하는 발언을 했다가 사과한 사태를 예로 들며 “유럽이 광신자들의 위협에 겁먹고 있다”고 질타했다.

철학자들은 ‘악마의 시’를 쓴 뒤 15년간 도피생활을 해 온 작가 살만 루슈디의 생계를 영국 정부가 책임진 것처럼 르드케르 씨의 생계도 프랑스 정부가 끝까지 책임지라고 촉구했다.

송평인 기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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