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조계는 앞으로 달라질 판결 성향에 특히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대법관 9명의 성향은 보수 대 진보가 4 대 4에 중도 우파로 분류되는 샌드라 데이 오코너 대법관이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해 왔다. 반면 오코너 대법관의 후임으로 임명된 새뮤얼 얼리토 대법관은 강경보수파. 대법원장 역시 보수주의자로 꼽힌다.
판례의 변화 가능성이 높아 주목받는 이슈는 ‘부분출산 낙태 금지법(Partial-Birth Abortion Act of 2003)’의 위헌 여부. 이와 관련해 ‘곤잘레스 대 칼하트’ 사건으로 불리는 관련 소송이 진행 중이다. 부분출산 낙태시술을 한 의사를 처벌하는 것이 타당한지를 따지는 사건이다.
부분출산 낙태시술은 임신부의 자궁에서 태아 머리를 끄집어낸 뒤 사망하도록 하는 방법. 반대론자들은 이 방법이 잔인하고 일종의 ‘영아 살해’에 해당하므로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상대적으로 감염 위험이 적고 안전한 시술이라는 반박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산모의 생명이 위험할 경우 이 시술이 불가피하다고 찬성론자들은 지적한다.
6년 전 네브래스카 주에서 발생한 유사 사건에 대해 “산모의 생명을 고려하지 않는 낙태 금지는 위헌”이라는 대법원의 판례가 나온 바 있다. 그러나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2003년 산모의 건강상태를 언급하지 않은 부분출산 낙태 금지법을 통과시켰다.
학교의 ‘소수인종 우대정책(Affirmative Action)’도 주요 안건에 올라 있다. 학생을 다인종으로 구성하기 위해 ‘흑인은 전체의 15% 이상’이라는 식으로 정해 놓은 학교 규정이 법적으로 타당한지를 따지게 된다. 시애틀과 루이스빌의 두 곳에서 대학 진학에 실패한 백인 학생과 학부모가 낸 관련 소송은 12월에 심리가 시작된다.
이른바 ‘징벌적 배상(punitive damages)’으로 불리는 천문학적 규모의 배상금액 제한 여부도 관심사다. 오리건 주의 폐암 환자 가족이 담배회사인 필립모리스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받아 낸 액수는 무려 8000만 달러. 대법원은 징벌적 배상 범위를 ‘실제 피해금액의 10배 이내’로 제한하는 규정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캘리포니아 주가 “온실가스 효과를 가속화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행정부 차원에서 규제할 수 있게 해 달라”며 낸 소송도 지구 온난화 문제와 관련된 첫 대법원 심리라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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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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