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삼림 사유화합시다"

  • 입력 2006년 10월 4일 17시 03분


"아마존 밀림을 사들여서 훼손되지 않도록 막아줍시다."

아마존을 끼고 있는 브라질 국민들의 호소가 아니다. 영국 정부가 제의한 '국경 없는' 환경보호 계획이다.

3일 영국 텔레그라프 온라인에 따르면 데이빗 밀리밴드 환경부 장관은 지난주 멕시코 몬테레이 시에서 20개국 대표들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환경회의 때 이런 '아마존 사유화 프로그램'을 제의했다고 보도했다.

내셔널 트러스트(National Trust), 즉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환경 파괴를 막기 위해 국민들이 기금을 모아 산이나 숲을 사들여서 보존하는 제도를 국제적으로 확대시키자는 것. 이 제의는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의 승인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마존 밀림을 대상으로 한 '인터내셔널 트러스트'는 세계 각국의 개인 및 그룹들로 구성된 컨소시엄을 구성해 아마존 땅을 매입한 다음 공동 관리하는 방식으로 운영될 전망이다. 밀림의 '주주'가 되는 개인이나 법인은 일정 공간을 책임지고 보호하게 된다.

다만 아직 본격적으로 논의되지 않은 상태인데다 브라질 정부의 주권과도 관련된 문제여서 아이디어가 현실화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브라질 정부는 지금까지 간간히 제기돼 왔던 이 아이디어에 대해 "주권 침해"라며 반대해 왔다.

환경 전문가들은 아마존 밀림의 황폐화 속도가 더 빨라진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2000~2005년 브라질에서 소실된 삼림 규모는 13만2000㎢에 이른다. 이는 그리스의 전체 면적보다도 넓다. 가축 방목과 농작물 경작을 위해 나무를 베어버리는 것이 주된 이유.

1970~80년대 아마존 밀림지역에 '마나우스 자유무역지대'를 건설한 것도 삼림을 크게 훼손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브라질이 직면하고 있는 지구 온난화 현상의 원인 중 75%가량이 산림훼손 때문인 것으로 추산된다.

영국은 지난해 G8(선진7개국+러시아) 정상회담에서 지구온난화 문제 해결의 리더를 자임하고 나섰을 뿐 아니라 내셔널 트러스트 운동을 가장 먼저 법제화시킨 나라다.

밀리밴드 장관은 "주권과 관계된 문제이기는 하지만 삼림 황폐화는 중대한 이슈이므로 이를 막기 위해 어떤 방법이라도 논의해볼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아마존 밀림의 사유화 주장은 세계적인 스포츠용품 전문업체인 헤드(Head) 사의 요한 엘리아시 회장이 처음 제기했다. 억만장자인 엘리아시 회장은 올해 초 2000만 달러를 내고 아마존의 삼림지역에 약 16만㏊를 사들였다. 그는 7월 초 영국 런던에서 열린 기업인 모임에서 "재앙에 가까운 수준으로 파괴되고 있는 아마존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앞으로 삼림지역을 더 사들일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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