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 스트로 전 외교장관이 5일 “내 사무실에 상담하러 오는 이슬람 여성들은 원활한 대화를 위해 차도르를 벗어 달라”고 얘기한 것이 발단이 됐다.
이슬람 공동체를 중심으로 ‘인종 차별적 발언’이라는 비난이 제기됐다. 마수드 샤드자레 영국 이슬람 인권위원회 회장은 “스트로 씨는 옷을 대화의 장애물로 생각해선 안 된다”고 꼬집었다.
동료 정치인들도 이 문제에 대해 대부분 ‘반(反)스트로’의 대열에 섰다. 스트로 전 장관과 노동당 부당수 자리를 놓고 다투고 있는 피터 하인 북아일랜드 장관과 루스 켈리 공동체 장관은 “차도르를 하는 것은 개인의 선택”이라고 지적했다.
예상치 않았던 사태도 빚어지고 있다. 6일 리버풀에선 한 남성이 40대 이슬람 여성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차도르를 벗겨 버리는 사건이 벌어졌다.
주말에는 블랙번에서 청소년들이 “잭(스트로 전 장관)이 차도르를 벗으라고 했잖아”라고 외치며 차도르를 쓰고 있던 한 여성을 위협하기도 했다. 블랙번의 무슬림들은 거리 시위를 벌이며 스트로 전 장관의 발언을 비난했다.
유럽에선 이슬람 복장 문제로 그동안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프랑스는 2004년에 이슬람 사회의 거센 반발을 무릅쓰고 무슬림 여성의 머릿수건을 공립학교에서 착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독일에선 2003년 9월 연방법원이 교사의 머릿수건 착용을 허락하는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주별로 자체 규정을 만들 수 있도록 해 현재 4개 주에선 교사들의 머릿수건 착용이 금지된 상태.
이탈리아에선 지난해 대(對)테러법의 하나로 공공장소에서 타인에게 몸을 숨기는 것을 금지했다. 이에 따라 이슬람 여성들은 공공장소에서 부르카(차도르의 일종으로 얼굴까지 가리는 옷)를 입지 못한다.
파리=금동근 특파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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