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북 핵실험 관련 대북결의안 초안 공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의 핵실험과 관련한 제재 결의안 문안 절충작업에 들어간 가운데 미국이 9일 자체적으로 마련한 대북(對北) 결의안 초안을 안보리 이사국에 회람시켰다.

미국이 마련한 결의안 초안은 모든 회원국들이 국제법에 따라 핵, 화학, 생물학 무기의 확산을 막기 위해 필요할 경우 북한으로 향하거나 북한에서 출발한 화물(cargo)을 검색할 것을 촉구하는 강도 높은 제재방안을 담고 있다.

특히 '화물 검색' 조항은 당초 대북 해상 화물 검색만을 추진할 것이란 예상과 달리 한국 중국 러시아를 통해 북한으로 가는 육로 화물도 검색 대상으로 해석될 수 있어 문안 절충 과정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대응이 주목된다.

초안은 군사적 용도로 사용될 수 있는 품목뿐만 아니라 북한 지도부가 그동안 권력유지 차원에서 활용해온 사치품 반입도 금지했다. 위조지폐 제조나 마약거래에서 발생하는 금융거래를 전면 중단하도록 대북 금융제재를 강화하는 내용도 들어 있다.

초안은 또 유엔 회원국들이 안보리 제재가 발효된 뒤 30일 이내에 각국이 취한 대북제재 조치를 유엔 안보리에 보고할 것을 촉구했다.

이와 함께 초안은 '유엔헌장 7장'에 의거한 결의를 요구하고 있다. 유엔헌장 7장은 회원국들이 반드시 준수해야 할 뿐만 아니라 상황전개에 따라서는 무력제재도 동원할 수 있기 때문에 7월 북한 미사일발사 당시에는 중국의 반대에 따라 유엔헌장 7장이 빠진 결의가 통과된 바 있다.

일본이 마련한 결의안에는 여기에 △무기, 핵무기, 탄두 미사일이나 관련 품목 혹은 사치품을 운반하는 북한 선박 입항 및 항공기 이, 착륙 금지 △북한 고위관리의 여행제한 조치 △유엔 안보리에 대 북한 제재 이행 감시위원회 설치 등 강도 높은 내용이 포함됐다.

그러나 미국과 일본이 마련한 초안에는 무력제재 조항은 포함되지 않았다.

안보리는 9, 10일 대사급 회의와 전문가 회의를 잇달아 소집해 대북 제재 결의 문안의 구체적인 조정 작업을 계속했다.

안보리는 전문가들의 대북 제재 결의안 문안조정 작업이 마무리되면 국가별 입장을 정리한 뒤 채택 과정을 밟게 된다.

한편 일본 정부는 10일 북한의 핵실험이 사실로 확인되는 즉시 독자적인 추가 경제제재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일본이 검토 중인 조치는 △지난달 발동한 금융제재 강화 △입항(入港)금지 대상 선박 확대 △북한의 주요 대일 수출품인 농수산물을 포함한 포괄적인 금수조치 등이다.

일본 여야 정치권도 "북한의 핵실험에 항의하고 모든 핵무기와 개발계획의 포기를 촉구한다"는 내용의 결의를 중·참의원 양원에서 채택했다.

뉴욕=공종식특파원 kong@donga.com

도쿄=천광암특파원 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