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는 2001년 9·11테러를 연상시키는 장면이 벌어졌다. 경비행기 한 대가 맨해튼 72가에 있는 고층주상복합 아파트에 충돌하면서 주요 도시에서 테러 가능성에 대비해 미 공군 전투기들이 출동하는 등 9·11테러의 공포가 미국을 덮쳤다.
이날 사고는 뉴욕 프로야구팀 양키즈의 투수인 코리 라이들(34)이 항공기 조종 교사와 함께 4인승 단발엔진 비행기인 시러스 SR20을 몰고 가다 일어났다. 두 사람은 모두 사고로 현장에서 숨졌다.
사고기는 이날 오후 2시반경 뉴욕 인근 뉴저지 주의 티터보로 공항을 이륙해 뉴욕 상공으로 진입했다. 비행기는 맨해튼 남쪽에 있는 자유의 여신상 주변을 선회한 뒤 맨해튼 동쪽의 이스트리버로 향하던 중 관제탑과의 교신이 끊겼다. 오후 2시42분경 사고기는 맨해튼 북동부 이스트 72가의 50층짜리 아파트 30, 31층을 들이받았다. 이 충돌로 2개 층에서 불길이 치솟고 파편들이 땅으로 떨어졌다.
사고기가 충돌한 아파트는 9·11테러 때 공격을 당한 세계무역센터(쌍둥이 빌딩)에서 불과 8km 떨어져 있다. CNN을 비롯한 미국 방송들은 사고 직후 하늘과 땅 위에서 화염에 휩싸인 건물 등 사고현장을 입체 생중계했다.
미 공군은 사고가 발생하자 주요 도시 상공에 전투기를 발진시키는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딕 체니 부통령도 사고소식을 즉각 보고 받았다.
미 국토안보부는 이날 사고가 테러 공격은 아니라고 밝혔지만 5년 전 사건을 잊지 않고 있는 많은 뉴요커들은 불안한 마음으로 TV를 지켜봤다. 화재는 2시간 만에 진화됐다.
사고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연료가 떨어졌다는 분석도 있고, 갑작스런 돌풍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있지만 아직 확인된 것은 없다. 또 사고 순간 비행기를 조종을 한 사람이 라이들인지 아니면 항공기 조종 교사인지도 모른다. 숨진 라이들은 지난해 조종사 면허증을 딴 뒤 18만7000 달러를 주고 사고기를 구입했다.
사고 건물은 침실 한 개짜리 한 채가 9억원이 넘는 고급 아파트다. 또 양키즈 구장, 유엔본부 빌딩, 브루클린브리지 등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과 가깝다. 이 때문에 테러범이 마음만 먹으면 폭발물을 실은 소형비행기로 공격을 감행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9·11테러 이후 민간항공기는 보안조치가 대폭 강화됐지만 소형 경비행기 운행은 상대적으로 느슨한 규제를 받고 있다. 고층 건물이 밀집한 뉴욕 맨해튼을 좌우 양쪽에서 둘러싼 허드슨강과 이스트리버 상공에도 고도를 낮게 유지하는 경비행기는 운행이 허용되고 있다.
뉴욕=공종식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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