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장에 매달아 마구 때리고, 전기봉으로 찌르고, 숨통을 막아 질식시키는 등 증인들이 고발한 온갖 잔혹한 고문 방식이, 그 증언을 들으며 숨 막혔던 그의 심정처럼 격하게 적혀 있었다. 다시 한번 카메라 동영상을 보았다. 얼마나 힘들게 구한 영상과 고문 피해자들의 증언이던가. 고문으로 쓰려져 피 흘리는 사람들의 모습이 다시금 가슴을 아프게 한다.
그는 크게 심호흡하고 이틀 뒤 신문에 낼 기사를 또박또박 적어 나갔다.
이것이 자신의 26년 기자 생활을 마감하는 기사가 될 줄은 꿈에도 생각 못한 채….
러시아 일간지 ‘노바야 가제타’는 12일 닷새 전 청부업자들에 의해 살해당한 자사의 인권전문기자 폴릿콥스카야 씨의 미완성 기사와 동영상들을 공개했다.
신문은 그의 기사에 “우리는 너를 테러리스트라 명한다”는 제목을 달았다. 그도 자신의 기사에 그렇게 제목을 달고 싶었을지 모른다.
그는 기사에서 이렇게 외쳤다. “검찰과 법원이 법 집행과 범죄 처벌을 위해 일하지 않고 정치적 명령과 크렘린에 보낼 반(反)테러 보고를 위한 추적에만 나선다면 형사범죄 사건은 ‘블린뉘(러시아식 팬케이크)’처럼 부풀 것이다.”
러시아의 아킬레스건인 체첸을 마구 휘젓고 다닌 이 강단 있는 여기자는 당국에는 ‘눈엣가시’였지만, 기자들에게는 언론독립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7일 폴릿콥스카야 씨는 자신의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총알이 몸과 머리를 관통한 상태였다. 그날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54회 생일이었다. 폴릿콥스카야 씨는 푸틴 대통령 집권 이래 13번째로 청부 살해된 언론인이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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