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인도에 Mi-17 군용 헬기 80대(약 6000억 원 상당)와 항공모함을 판매할 계획이라고 두 나라 언론들이 16일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거래가 틈새시장을 잘 파고든 러시아의 성공사례라고 분석했다.
올해 8월 미국이 서로 적대관계인 인도와 파키스탄 양쪽에 전투기 판매를 시도한 것이 계기가 됐다. 미국은 인도에 FA-18 전투기와 상륙작전용 전투함 트렌턴을 판매하는 한편 파키스탄에도 F-16 전투기 36대를 포함해 50억 달러 상당의 무기와 장비를 판매하는 계획을 세웠다.
러시아 무기 수출회사들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미국이 '앙숙' 국가인 파키스탄에도 전투기를 팔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인도 관리들을 설득했다. 인도 파키스탄의 외교 역학 관계를 이용하는 교묘한 상술이었다.
지속적인 기술 이전과 지원으로 미국보다 월등한 '서비스'를 보장하겠다는 마케팅 기법도 빼놓지 않았다.
러시아 군사전문가인 루슬란 푸호프 씨는 "미국 회사는 군사기술 유출 우려 때문에 핵심 부품의 기술 이전이 곤란하지만 러시아는 이런 제한이 없어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예전에도 러시아는 틈새 무기시장에서 성공한 경험이 있다. 올해 8월 베네수엘라에 대한 10억 달러의 무기 판매가 대표적인 사례. 베네수엘라는 미국의 무기금수 조치로 인해 F-16 전투기 부품을 구할 수 없게 되자 무기 수입처를 아예 러시아로 바꿨다.
인도는 앞으로 헬기뿐만 아니라 노후 전투기 120여 대도 교체할 계획이어서 미국과 러시아의 무기 판매 경쟁은 지금보다 더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모스크바=정위용특파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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