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핵개발을 감행한 북한을 제재해야 한다는 논의가 진행 중이므로 이란의 핵개발을 막으려는 국제사회의 대응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제재의 강도와 속도는 북한과 상당히 다를 것으로 보인다.
▽“이란 제재도 불가피”=EU는 17일 룩셈부르크에서 열린 외교장관이사회에서 이란 핵문제 해결을 위한 협상을 종료했다. EU 측 협상 관계자들은 “대화에 더는 가망이 없다”고 말했다.
EU는 경제적 인센티브를 ‘당근’으로 내걸고 이란과 협상해 왔다. 그러나 유엔이 “우라늄 농축을 중단하지 않으면 정치 경제적 제재를 추진하겠다”고 경고한 최종 시한(8월 31일)을 넘겨 50일 가까이 시간을 끌고도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협상을 주도해 온 프랑스는 대(對)이란 제재안 초안을 마련해 이르면 19일경 관련국에 회람시킬 예정이다. EU 외교장관회의 관계자는 “이제 유엔 안보리의 제재 외에 다른 결론이 없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북한의 핵실험에 대한 유엔의 강경한 제재 논의도 영향을 미쳤다. 베니타 페레로발트너 EU 대외관계 담당 집행위원은 “중요한 것은 우리가 북한에 대해 보여준 것처럼 (이란에 대해서도) 일치단결된 대응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피터 브룩스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북한 핵실험에 대한 유엔의 제재는 이란을 향한 경고 메시지의 성격도 띤다”며 “대북 제재안이 몇 주 후에 진행될 유엔의 이란 제재안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한 덕분에 숨 돌렸다?=대이란 제재안의 수위는 당초 논의됐던 것보다 낮아질 것으로 보는 전망이 우세하다. 17일 워싱턴포스트는 외교관들의 말을 인용해 이런 분위기를 전했다.
무엇보다 이란이 아직 핵무기를 갖고 있지 않은 만큼 북한보다 강력하게 대응하기는 힘들다. 국제사회의 비난이 북한에 쏠리면서 이란 이슈가 뒤로 미뤄진 상황도 제재의 강도를 약화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내 2위 산유국 이란이 갖는 ‘석유의 힘’도 만만치 않다. 중국과 러시아는 물론이고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EU도 제재에는 소극적이다.
알베르토 나바로 스페인 외교장관은 “이란은 유럽에 석유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제재가 점진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런던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의 마크 피츠패트릭 선임연구원도 “이란 제재는 북한에 대해서처럼 신속하거나 강경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전망은 협상의 가능성을 계속 남겨 두려는 관련국들의 태도에서도 확인된다. 하비에르 솔라나 EU 외교정책 대표는 “협상 ‘결렬’이란 표현은 쓰고 싶지 않다”며 “이란의 태도에 따라 협상의 문은 아직 열려 있고 희망도 남아 있다”고 말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이란 핵 사태 일지
△1월 이란, 우라늄 농축 재개 선언
△4월 이란, “상업적으로 유용한 수준의 농축 우라늄 제조 성공” 발표.
미국 언론, 이란 공격 가능성 보도
△7월 31일 유엔 안보리 결의안 채택. 이란에 8월 31일까지 우라늄 농축 중단 요구
△8월 1일 이란, 유엔 결의문 거부 방침 발표
△8월 26일 이란, 중수공장 가동 개시
△8월 31일 유엔 안보리 시한
△9월 9일 시한 넘긴 이후 유럽연합(EU)과 이란 협상대표 첫 접촉
△9월 20일 유엔 안보리, 이란에 10월초까지 추가 시한 주기로 합의
△10월 16일 이란 대통령 “우라늄 농축 중단 요구는 불법, 핵 활동 계속할 것” 천명
△10월 17일 협상 종료. 이란 제재 결의 초안 작성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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