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8월 도쿄(東京) 세타가야(世田谷) 구의 한 교차로에서 당시 91세와 25세의 여성이 부딪혔다. 넘어진 91세 여성은 고관절 근처의 뼈가 부러져 오른쪽 다리에 보행 장애가 남자 25세 여성을 상대로 2000만 엔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에 들어갔다.
올해 6월에 열린 1심에서는 젊은 여성의 주의의무위반 과실을 인정해 780만 엔(약 6200만 원)을 지불하라는 판결이 내려졌다. 재판관은 "건강한 성인보행자는 고령자나 유아 등 '보행약자'와의 접촉이나 충돌을 회피할 주의의무가 있는데, 피고는 친구와 대화를 하며 걷느라 이를 지키지 않은 과실이 있다"며 25세 여성 측의 책임을 물었다.
그러나 18일 열린 항소심 공판에서 도쿄 고등재판소는 이를 취소하고 청구를 기각했다. "교차로는 본래 혼잡하고 걷다가 멈춰서는 사람도 많다. 두 사람 모두 천천히 걷다가 피고가 멈춰서는 바람에 원고가 부딪혀 넘어진 것으로, 피고에게 주의의무 위반 과실이 있다고 보이지는 않는다"는 것이 판결 이유다.
어찌됐건 일본인들은 이 사건을 '길을 걸을 때도 주변의 약자들을 배려해야 한다'는 점을 일깨워준 사례로 받아들이고 있다.
도쿄=서영아특파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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