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눈의 평양 시민 제임스 드레스녹 씨

  • 입력 2006년 10월 20일 17시 44분


주한 미군 출신인 제임스 드레스녹(65) 씨는 44년째 북한 평양에 살고 있는 유일한 미국인 망명자다.

드레스녹 씨의 북한생활을 담은 영국 대니얼 고든 감독의 다큐멘터리 '푸른 눈의 평양 시민(원제 Crossing the Line)'을 미국 뉴욕타임스가 부산발로 19일 소개했다. 이 다큐멘터리 영화는 제11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16일 첫 상영됐다.

드레스녹 씨는 미국 버지니아 주 노포크에서 태어났다. 그가 9세 때 부모는 이혼했다. 아버지로부터 버림받은 후 양부모들의 집을 전전하다가 17세 때 입대한 뒤 주한 미군으로 배치됐다.

1962년 8월 드레스녹 일등병은 통행증 위조 혐의로 군법재판에 회부될 처지에 놓이자 탈영한 뒤 대낮에 비무장 지대를 걸어 월북을 감행했다.

북한에서 그는 자신보다 3개월 먼저 넘어온 래리 알렌 애브셔 이등병을 비롯해 제리 웨인 패리쉬 하사(1963년 12월 망명), 찰스 로버트 젠킨스 하사(1965년 1월 망명)를 만났다.

이들은 북한 선전 공작의 도구로 영웅 대접을 받았다.

그러나 이들은 북한 사회의 문화적 이질감을 견디다 못해 1966년 평양 주재 러시아 대사관에 망명을 요청했으나 거부당했다. 드레스녹 씨는 처벌 없이 사상 교육만 받았으며 이 과정에서 북한에 맞춰 살아가기로 결심했고 북한사람들을 이해해갔다고 말했다.

1972년 북한 국적을 취득한 그는 루마니아 여성과 결혼했고 두 자녀를 뒀으나 아내가 숨지자 토고계 여성과 재혼했다.

그는 1978년부터 북한의 선전영화에 출연하기 시작했으며 북한인들은 그를 영화 '이름 없는 영웅들'의 배역인 '미스터 아서'로 부르고 있다.

드레스녹 씨는 자신이 북한 체제의 진정한 신봉자이며 또 유명인사로 통한다며 아들들은 자신이 미국에서도 경험하지 못한 훌륭한 교육을 받고 있다고 자랑했다. 그는 또 1990년대 북한 주민 수십 만 명이 아사했지만 자신의 식량배급은 끊긴 적이 없었다면서 "위대한 지도자가 특별히 배려하고 있고 북한 정부는 내가 죽는 날까지 보살펴 줄 것"이라고 말했다.

신문은 드레스녹 씨가 북한에서 받은 특혜 때문에 북한에 눌러앉기로 작정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젱킨스 씨를 제외한 탈영 미군 3명이 이혼가정 또는 실종됐거나 폭력을 휘두르는 아버지 밑에서 자랐다는 점을 지적했다.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