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발로 차이고 얻어맞고 굶었으며, 영하의 온도 속에 서 있어야 했다. 공개적으로 항문 검사를 받는 치욕도 당했다. 심문 과정에서 무릎 인대를 다쳐 쭈그려 앉는 변기를 쓸 수조차 없었다.
그렇게 5년 동안 심문과 조사를 받았지만 아직 그에게서는 어떤 범죄 혐의도 나오지 않았다….’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 니컬러스 크리스토프 씨가 최근 ‘미국의 수치’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언급한 새미 알 하지 씨의 사례다.》
테러 용의자를 수감하는 관타나모 수용소와 미국중앙정보국(CIA) 비밀감옥은 최근 미국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주요 이슈의 하나. 이를 외면하듯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17일 서명한 ‘군사위원회법’에 인권단체의 반발이 잇따르고 있다.
이 법에는 테러 용의자들을 군사법정에 세워 조사할 수 있는 조항이 있다. 필요한 경우 대통령이 제네바 협약의 의미를 재해석해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대법원이 6월 ‘관타나모 수용소의 특별군사법정은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렸는데도 이를 외면한 법안에 서명을 강행한 셈이다. 부시 행정부는 “국가 안보를 위한 선택이었다”고 설명했다.
국제적십자위원회(ICRC)는 19일 성명을 내 “여러 의문을 낳는 군사위원회법에 우려를 표시한다”고 밝혔다. 야코프 켈렌베르커 ICRC 회장은 “법 적용 대상이 누구인지가 모호하며 구체적인 내용이 국제적인 기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미 자유인권협회가 ‘사상 최악의 반(反)인권적 법’이라고 비난한 것을 비롯해 많은 인권 사회단체도 비판의 소리를 높이고 있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지는 20일 사설에서 “부시 행정부가 적으로 규정하는 누구라도 대상이 될 수 있는 위헌적인 법률이며 미국 사법제도의 근간을 갉아먹는 위험한 내용”이라고 비판했다.
아랍권의 반발이 강경한 데다 유럽 국가들도 못마땅한 반응을 내놓고 있어 향후 법 시행 과정에서도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