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장관은 이날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열린 제61회 유엔의 날 기념행사에서 행한 연설에서 "많은 이들이 유엔 회원국들간에, 또 회원국과 사무국간에 신뢰의 위기를 겪고 있다는데 대해 개탄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유엔 사무국의 개혁과제를 설명하는 한편 세계 안보, 빈곤국 개발, 인권문제 등 유엔의 주요 현안들을 다뤄나갈 구상을 밝히며 '준비된 사무총장'임을 알렸다.
특히 그는 "다가올 10년간 유엔에 주어질 모든 질문과 도전에 대해 모든 해답을 갖고 있는 척 하지 않겠다"며 "나는 잘 듣는 사람으로서 더 나은 아이디어를 위한 제안에 열려 있을 것"이라고 말하는 등 겸손의 미덕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유엔 사무국 개혁 과제에 언급하면서 "열심히 일한데 대한 보상과 비행에 대한 효율적 감시를 통해 스태프들의 도덕성이 강화되어야 한다"며 "한국 정부가 지난 3년간 사회 각 영역에 혁신적인 개혁을 도입했던 경험을 활용해 내 재임기간 중 유엔을 21세기 세계 최고 수준의 기구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반 장관은 이어 북한 핵실험 사태와 관련해 "우리는 유엔 안보리 결의 1718호를 지지하며 충실히 이행할 것"이라며 "안보리 결의에 부합하도록 하기 위해 우리의 정책들을 재검토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빈곤국 개발지원 문제에 대해 "우리는 밀레니엄개발목표(MDG)를 목표연도인 2015년까지 달성하기 위해 모든 가용한 자원을 동원하는 한편 우리의 정치적 의지를 새롭게 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유엔 한국협회 회장인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강영훈 전 총리, 공로명 전 외교장관 등 국내 인사들과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를 비롯한 주한 외교사절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제61회 유엔의 날 기념행사는 반 장관이 차기 유엔 사무총장으로 선출된 경사 때문에 의미를 더했다.
유엔의 날 행사는 유엔 창립을 기념해 매년 열리지만 올해는 유엔의 대표적 수혜국이었던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중견국으로 성장, 유엔의 수장을 배출한 특별한 해이기에 행사는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 속에 성대히 치러졌다.
한국은 한국전쟁 때 유엔군의 지원을 받았고 한국의 재건과 구호를 담당한 유엔 한국 재건단(UNKRA)을 통해 1960년까지 총 1억2208만 달러 상당의 물자를 제공받는 등 어렵던 시절 유엔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그러나 이제는 한국이 신세를 갚는 입장이 됐다. 한국은 지난해 기준으로 유엔 정규 예산의 1.8%(약 3200만 달러)를 부담하며 분담률 순위에서 11위에 자리했고 올해 제8대 유엔 사무총장까지 배출하는 쾌거를 이룬 것이다.
김승연 유엔 한국협회 회장은 인사발언을 하면서 "반 장관의 사무총장 당선은 그의 능력과 리더십이 국제사회에서 평가받은 것일 뿐만 아니라 한국인들이 지난 50년간 이룩한 업적이 인정을 받은 것"이라며 찬사를 보냈다.
성하운기자 haw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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