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지방행정의 부패와 난맥상을 보여주는 사건이 잇따르면서 일본인들이 놀란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다.
▽휴가천국 나라(奈良)시=나라 현 나라시청은 환경청소부 직원 A씨(42)를 파면키로 했다고 23일 발표했다. 2001년 1월 이후 지금까지 재직하면서 단 8일만 출근했다는 이유다.
A 씨는 인사규정의 맹점을 이용해 50여 차례에 걸쳐 병가(病暇)를 낸 것으로 밝혀졌다. 나라 시 규정에는 특정 병명이 적힌 진단서를 제출하면 90일간 병가를 낼 수 있으며 새로운 병이 걸릴 때마다 반복해서 병가를 쓸 수 있도록 돼 있다.
A 씨는 그동안 급여 2700만 엔을 챙겨갔으나 실제로 그가 근무가 불가능할 정도로 심각한 병마에 시달렸는지는 의문이다. 그가 병가 중 벤츠나 페라리 등 고급외제차를 타고 다니면서 친족이 경영하는 건설회사를 위해 로비활동을 하는 모습이 가끔 목격됐기 때문이다.
A 씨 뿐만이 아니다. 나라 시 자체조사 결과 다른 직원 4명도 상습적으로 병가를 써온 것으로 드러났다. 그 중에는 186차례나 병가를 낸 직원도 있었다.
▽믿었던 '청렴 지사'가 뇌물=도쿄(東京)지검 특수부는 23일 사토 에이사쿠(佐藤榮佐久·68) 전 후쿠시마(福島)현 지사를 수뢰혐의로 구속했다.
특정 건설업체가 댐 공사를 수주할 수 있도록 해주고 친동생이 경영하는 회사를 통해 9억7000만 엔(약 77억6000만 원)에 이르는 경제적 이득을 얻은 혐의다.
현직 또는 전직 지사가 재직 당시의 뇌물사건으로 구속된 일 자체가 일본에서는 사상 두 번째로 흔치않은 일이지만, 사토 전지사가 1988년부터 올해 9월까지 장기 집권을 해온 '미스터 클린(clean·청렴)'이었다는 점에서 일본사회에 더 큰 충격을 안겨줬다.
사토 전 지사는 그동안 업자와는 일절 직접면담을 하지 않고 비서에게도 "내 앞에서는 돈 이야기를 절대 꺼내지 말라"고 강조하며 부패의 꼬리를 감춰왔다.
도쿄=천광암특파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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