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세계를 떨게 했던 연이은 인질 참수극은 다음해 일단 수그러들었지만, 그해 자살폭탄 공격이 기승을 부렸고, 올해는 새로운 키워드로 '저격'이 뜨고 있다.
때를 가리지 않고 날아드는 잘 조준된 총탄은 자살폭탄 테러나 지뢰공격에 비해 치사율이 높아 바그다드가 함락된 지 3년 반이 지난 지금도 미군 희생자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1일 미 국방부는 10월 이라크 사망 미군 숫자가 103명으로, 107명의 희생자를 냈던 2005년 1월 이래 최대라고 밝혔다. 개전 이래로 따지면 희생자가 4번째로 많은 달이 된다.
주목되는 점은 10월 첫 10일간 저격을 받아 희생된 미군의 수가 9월의 피격 희생자를 이미 넘어선 것. 그만큼 저격수들의 활동이 활발해진 것이다.
희생자 103명 중 96명은 바그다드와 안바르, 살라후딘 3개 주에서 나왔다.
군 당국은 지난달 미군의 순찰활동이 두 배로 강화돼 병사들의 노출빈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저격수들의 증가에 당황하는 기색이다.
이라크 저항세력은 미군이 저격당하는 장면을 찍은 비디오테이프를 배포해 반전여론 고조를 노린 심리전까지 펴고 있다.
미국 CNN 방송은 지난달 18일과 19일 미군 병사들이 속수무책으로 저격당하는 장면을 방영했다. 던컨 헌터 미 하원 군사위원장은 적의 선전영화를 틀어준 것이라며 CNN 종군기자의 전투부대 동행 배제를 요구하기도 했다.
로이터통신이 입수한 또 다른 테이프에는 도로에서 경비를 하던 미군 병사와, 경계 초소에서 머리만 내밀고 있던 미군 병사가 총격을 받고 쓰러지는 장면이 담겨있다.
이 테이프를 찍은 저격수는 자신이 미군 37명을 저격했음을 암시한 뒤 "저격이 다른 어떤 공격보다 효과적이다. 많은 지역에 훈련된 저격수들이 배치됐다"고 말했다.
저격전이 이라크 전의 새로운 양상으로 떠올랐음을 엿볼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이라크 주둔 미군의 전체 희생자 숫자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미 국방부는 10월까지 미군 2814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또 부상자는 2만1419명에 이르며 이중 9737명은 후유증으로 제대했다고 설명했다.
주성하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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