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솔레미오’ 옛 나폴리 어디가고…마피아가 도시 장악

  • 입력 2006년 11월 3일 03시 00분


‘나폴리를 보고 나서 죽어라(Vedi Napoli e poi muori).’

나폴리의 아름다운 경치를 예찬하는 이탈리아 속담. 그러나 요즘 나폴리 시민들은 말 그대로 ‘언제 죽을지 모르는’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달 31일 저녁 도시 북쪽 외곽에서는 36세 남성이 컴퓨터 게임장에서 총에 맞아 피살됐다. 그로부터 몇 시간 뒤에는 남쪽에서 범죄단체 조직원으로 추정되는 두 남자가 총에 맞아 숨진 채 발견됐다.

최근 닷새 동안에만 7명이 총칼에 숨졌다. 27일에는 한 담뱃가게 주인이 가게를 털려던 강도를 총으로 쏴 숨지게 했다. 28일에는 60대 마약 판매상이 총에 맞아 숨졌고 이튿날은 10대 청소년이 또 다른 청소년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30일에는 한 범죄조직 두목의 양자가 살해당했다.

폭력 조직이 연루된 범죄와 우발적인 사건이 뒤죽박죽으로 일어나는 양상이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정부가 강경 대응에 나섰다.

로마노 프로디 총리는 지방 정부와 대책을 협의하기 위해 2일 나폴리를 전격 방문했다. 프로디 총리는 이날 나폴리 일간지에 보낸 공개서한에서 “정부는 장래가 없는 이 같은 잔인한 범죄행위에 대해 즉각적인 행동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도시를 위협하는 범죄의 상당수에는 나폴리를 장악하고 있는 카모라(Camorra)가 연루된 것으로 파악되었다. 카모라는 시칠리아의 마피아와 같은 범죄 조직이다. 겉보기엔 경찰이 나폴리의 치안을 유지하고 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카모라의 영향력이 도시 구석구석에 미치고 있다.

영국 BBC에 따르면 나폴리 시내의 가게들은 매달 보호비 명목으로 500∼1000유로를 카모라에 뜯긴다. 보호비와 마약 판매 등으로 카모라가 벌어들이는 수입은 연간 300억 유로(약 36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카모라의 조직원은 4000명 정도. 올해 나폴리의 살인 사건 72건 가운데 50건이 카모라와 관계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강경 대응에 나선 또 다른 이유는 나폴리의 주요 산업인 관광업이 타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나폴리의 분위기가 갈수록 흉흉해지자 최근에는 관광객의 예약 취소가 잇따르고 있다. 얼마 전에는 한 캐나다 관광객이 시내 광장에서 벌어진 조직 간 총격전에 휘말려 총상을 입기도 했다.

파리=금동근 특파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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