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사주간지 야저우(亞洲)주간 최신호는 3일 100억 달러의 밀수사건의 주범으로 7년째 캐나다에서 도피생활을 하고 있는 라이창싱(賴昌星) 전 위안화(遠華) 그룹 회장과 인터뷰한 뒤 '라이 전 회장이 자 주석과의 밀접한 친분관계를 처음으로 공개적으로 시인했다'고 보도했다.
그동안 입을 다물어온 라이 전 회장의 이번 발언은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이 대대적인 비리 척결 캠페인과 함께 권력재편 작업을 벌이고 있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특히 올해 9월 상하이방 핵심인 천량위(陳良宇) 상하이 서기가 축출된 뒤 자 주석과 황쥐(黃菊) 부총리가 자리보전이 어려울 것이라는 소문이 나도는 상황이어서 라이의 폭로는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을 정점으로 한 상하이방(上海幇)에게 결정타가 될 전망이다.
잡지는 "라이 전 회장이 자 주석과 자주 만난 사실과 '좋은 선물'을 건넨 사실을 시인하며 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수사팀에게 '모종의 조건' 아래서 수사단서를 제공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모종의 조건'이란 자 주석과의 관계를 폭로하는 대신 자신의 구명을 보장해달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라이 전 회장은 인터뷰에서 "자 주석의 비서였던 탄웨이커(譚維克) 베이징(北京) 시 하이뎬(海淀) 구 서기에게 돈을 건넸다"고 시인했으나 자 주석에게는 돈을 건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1980년대 후반 푸젠(福建) 성 일대에서 조직폭력배를 주축으로 위안화 그룹을 차린 그는 사상 최대규모인 100억 달러의 원유와 자동차를 밀수하다 적발되자 1999년 가족을 데리고 캐나다로 도피했다.
중국 당국은 2년에 걸쳐 1000여 명을 조사한 뒤 20여명에게 사형 판결을 내렸으나 주범인 라이가 해외로 도피하는 바람에 수사는 완결되지 못했다.
자 주석은 라이가 활동하던 1985~96년 푸젠 성에서 성장 및 당 서기로 일하다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에 의해 베이징 당 서기로 옮긴 다음 2003년 정협 주석 직에 올랐다.
베이징=하종대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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